나는 학교의 고객이다 (2)

나를 이해시키는 건 교수의 책임이다

by 소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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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가 방송에서 막 교수가 된 사람이 제일 못 가르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막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학생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가르치려고 해서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실제로 본인이 똑똑해서 연구를 잘하는 것과,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본인이 너무 똑똑하면 학생들이 이해를 하지 못 하는 걸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이해를 못 한다고 생각해버린다. 아니요, 보통 학생들은 교수님처럼 똑똑하지 않답니다!!!


내가 수업을 들은 교수님 중에서 본인이 너무 똑똑하셔서 학생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시는 분이 있었다. 그 수업시간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교수님 :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다가, 너무 쉬운 걸 설명해서 미안하다는 느낌) 이런 건 다 아시죠?

학생들 : (침묵. 다 모른다는 표정)

교수님 : (찐당황하며) 모르세요??


그 수업은 정말 힘든 수업이었다. 교수님...저희는 교수님이 아는 것의 1%도 모릅니다...아무것도 모릅니다...알면 교수하지 학생하나......라고 매 수업시간마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다들 ‘다 아는데 나만 모르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학생 수준에 맞게 교과를 짜지 못한 교수의 책임이다.(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리고 학생에게는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안 되는데 다시 설명해주시죠’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수업의 주인공은 교수가 아니다. 수업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학생이 배우기 위해 수업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직장인은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은가? 학원이라고 생각해보자.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 내가 이해를 못 하면 ‘강사가 실력이 없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대학원에서 교수에게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역시 나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에게서 들었는데, 그 친구가 다닌 과정은 회사에서 과장급, 부장급 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업에서 교수가 설명하는 도중에 그 분들이 “교수님,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하고 말하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내가 다닌 과정은 20대~30대 초반이 대다수였던 과정이라 그런 분위기가 없었다. 친구의 그 말을 듣고 ‘아,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였는데 왜 이해 못하는 게 내 문제라고 생각했지?’라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모르는 건 당연하다. 회사에서 맨날 일하다가 학교 가서 논문 읽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모르니까 배우러 간 거 아닌가? 회사에서도 하나 가르쳐주면 하나를 바로 알아듣고 잘 하는 직원 만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내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 개를 하는 직원이었어도, 학생일 때도 그렇게 잘 알아듣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그러니 '교수님이 말해준 걸 다 이해할 수 있어야해!' 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갖지 말자. 나를 이해시키는 것은 교수의 역량이다. 모든 걸 나의 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나는 돈을 내고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다. 그에 맞는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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