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할 필요 없다

내가 저 사람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나?

by 소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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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가면 참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 2명을 키우면서 회사에서 일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공부도 잘하는 사람.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해서 KTX타고 학교 와서 저녁 수업 듣고 다시 밤에 KTX타고 내려가는 사람. 수업 3개에 청강까지 듣는 사람. 직장인인데 연구실 팀에 함께 참여해서 학술지 논문 게재하는 사람 등등......


조모임에서 만난 분 중에는 자녀가 2명인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시간이 나서 우리 조는 밤 10시에 그룹채팅으로 조모임을 하곤 했다. 그분은 주중에는 자기가 학교에 오니까 평일 저녁은 배우자가 아이들을 보고, 주말은 자기가 맡아서 본다고 했다. 직장과 육아와 학교를 병행하는 엄청난 사람들을 보며 난 정말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저런 대단한 사람들에 비하면 ‘난 왜 이것도 힘들어하지? 왜 난 이것밖에 못하지?’하는 생각에 자괴감들고 괴로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게 된다. 난 저 사람들이 육아에, 또는 지방과 서울을 왔다갔다하는 데 쓰는 에너지만큼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내가 게을러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학술지 논문도 게재하는데 난 왜 수업 듣는 것만으로 힘들어하지? 그렇게 2학기 정도 자기 비난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3학기째에야 깨닫게 되었다.


저 사람 참 대단하다. 그건 그거고, 나는 힘들다.


왜 나는 저 사람의 대단함을 그저 인정하면 그만인데 왜 굳이 스스로와 비교하며 채찍질했을까?

저 사람은 대단하다. 그렇지만 저 사람만큼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과 나는 경쟁자가 아니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애시당초 직장인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더 잘 한다’는 개념도 들어맞지 않는다. 여기는 고등학교 수능처럼 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기가 아니다. 각자 듣는 수업도 다르고, 세부전공도 다르고, 연구 주제가 다르고 연구방법도 다르다. '저 사람은 저렇게 힘든 와중에 하루 2시간 공부를 한다면 나는 4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면, 다시 ‘나는 왜 이 석사과정을 하고 있나’는 처음의 목표를 생각하자.


저 사람들과 나는 다른 직장,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무슨 과목 점수를 저 사람은 A, 나는 B를 맞는다고 해서 저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내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줄 사람도 없다. 저 사람은 조기졸업을 하는데 나는 졸업을 몇 년 늦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같은 수업에 대단한 사람들이 가득하다고 해서, 그 속에 끼어 있는 보통사람인 내게 무슨 불이익이 있을까?


애시당초 비교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나는 기준점을 나보다 더 능력 있고 나은 사람들에게 둬서, 쉬어도 모자랄 판에 자책을 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있을까. 저 사람이 해낸다고 해서 나도 해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저 사람이 척척 하고 있다고 해서 나도 척척 해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나?


우리는, “나 때는 이러저러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말이야!”하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며 싫어한다. 예전에는 “엄마 친구 아들은 ~~한다는데 왜 너는 그러니!”라는 말 때문에 ‘엄친아’라는 말이 있었다. 만약 우리 앞에서 ‘아니, 같은 수업 듣는 김 선생님은 이렇게 힘든 와중에서도 공부를 하던데 너는 왜 그 모양이야?’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우리는 스스로의 눈앞에 엄친아를 들이대고 스스로에게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가?


저 사람들의 대단함에는 박수를 보내자. 격려가 필요하면 격려를 해주자.

그리고 나와 비교하지는 말자.

저 분이 대단하든 말든 나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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