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의 열아홉 번째 단어: 여름
<여름은 토마토 맛> by. 040
구름의 모양으로 계절을 가늠한다. 뭉게뭉게 적운이 낮게 깔린 지금이야말로 여름이다. 인스타그램이 구름으로 도배되는 시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살짝 찌푸리곤 하늘을 담아내는 계절이 왔다.
여름엔 밥보다 과일을 더 많이 먹는다. 수박, 복숭아, 자두, 포도, 오렌지… 땀이 뻘뻘 나는 숨 막히는 더위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여름 과일 덕이 크다. 어릴 땐 포도나 복숭아처럼 비싼 과일이 좋았다. 엄마의 장바구니를 뒤지다가 이런 과일이 나오면 몰래 한두 개 빼다가 먹는 그 재미. 그치만 한두해 지나며 아는 맛이 많아져서 그런지 특별한 과일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가끔 먹으면 좋은 과일들보다 나와 영영 여름을 함께 해줄 그런 과일에 이젠 더 손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집에서는 여름 식전 수프로 가스파초를 내어주신다. 여러 가지 채소를 잘게 썰거나 갈아서 마늘을 조금 넣고 식초를 섞어서 만드는데, 익히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어 차갑게 하여 먹는다. 위에는 허브오일(딜 향이 많이 났다)을 뿌려주셨는데, 이건 완전 여름 맛! 여름이 맛이 된다면 분명 이 토마토로 만든 가스파초의 맛과 향일 거야. 그 외에도 토마토 그라니타, 카프레제, 편의점에서 파는 토마토마까지...! 토마토는 여름의 맛이야.
그래서 오늘은 멋쟁이 토마토의 맛을 소개하려 한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안주로 내어주고 싶은 (그럴 예정인) 토마토 음식이다. 너희 이거 보면 우리 집 놀러 오고 싶어 질걸?
가장 쉬운 건 역시 카프레제! 숭덩숭덩 자른 치즈와 토마토 위에 새큼한 발사믹과 향긋한 바질을 올리면 끝난다. 5분은 걸리려나? 큰 마트에 가면 생모짜렐라 치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치만 조금 특별한 날이라면 부라타도 대환영! 배 안 부르게 하는 안주로 최고다. 와인이랑 잘 어울리지만 쌉싸롬한 맥주랑도 잘 어울려요. 왠지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날에 마트에서 토마토 한 상자와 치즈를 사보세요.
인스타에서 찜 해놓은 치즈가게들도 알려드려요. 토마토는 치즈랑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카프레제용 치즈도 살 겸 겸사겸사 들러 치즈 플래터도 산다. 준비한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그날 하루 어떤 일이 있던 지간에 기분 좋은 하루가 되겠지.
카프레제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토마토 요리(?)로는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텐동집같이 기름진 음식을 파는 곳에서 곁들이 음식으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리네이드는 식재료를 조리하기 전에 재워 두는 조미한 액체이다. 식초나 발사믹에 올리브유를 넣고 토마토를 재워놓으면 완성!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시피는 유튜버 꿀키님의 레시피와 연예인 김나영 님의 영상을 보고 배웠다.
https://youtu.be/r0UyxWqW2qU
https://youtu.be/apMzQq4L3Ew
입맛 없을 때면 이젠 이 맛이 입에 맴돈다. 새큼한 초향에 달짝지근한 토마토, 토마토는 한 번 데친 후 재우면 새로운 식감이 된다. 사각사각하면서도 쫀득해! 여름에 특히 입맛이 없는 편이어서 끼니를 자주 거르는데 그냥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푹푹 떠먹으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온다.
여름은 토마토 맛이 난다. 내가 실로 싫어하는 계절이지만 스물 이후에는 좋은 기억들 때문에 여름이 많이 미화됐다. 거기엔 음식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멋쟁이 토마토! 울룩불룩 멋진 몸매에(으쓱으쓱) 빨간 옷을 입고(샤방샤방) 새콤달콤 향내 풍기는 (유후) 멋쟁이 토마토(토마토!)
왜 하필 토마토였나. 사과나 복숭아나 딸기 같은 인기 과일이 아니라! 이 노래의 작사가는 토마토의 진가를 아주 일찍이 눈치 채신 듯하다.
2021년 북반구의 여름은 바로 어제인 6월 21일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 집 리모델링도 끝났고, 놀러 오는 너희에게 나의 여름 맛을 선물할게.
by. 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