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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걱정으로 하루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중독

by Johnstory

최근 뉴스에서 대한민국도 이제 마약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생산이라는 것이 제한된 공간에서 약소한 시설을 갖추고 작업을 하는 정도의 이미지로 보도가 되었는데,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은 마약이나 걱정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좀 과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나중에 너희들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른다면 더 좋을 것 같고.



한 두 번의 걱정이야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반복되는 걱정은 습관이 되고 이내 중독이 된다.



온종일 한 가지의 걱정으로 더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걱정은 그보다 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을 재생산하는 공장 같다. 안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그에 파생된 걱정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이러다가 우주가 멸망하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마저 들기도 한다. 그에 비해 감사함이라는 충만한 감정은 단 시간 내 증폭되기가 어렵다. 파생의 파생을 거듭하는 것이 좋은 생각, 이를테면 사랑, 용서, 이해, 풍요, 감사와 같은 결의 것들만 있다면 너무나도 좋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다스리며 살고 긴장을 놓지 않는 삶의 태도를 지닐 것을 의도한 신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 내가 누리는 풍족함 전부가 받아 마땅한 것으로 당연시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굳이 내가 넘치는 감사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의연 중에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지를 뻗는 부정적인 생각, 지나친 걱정들을 잠재우는 데에 이만한 것이 없었을 텐데 몰라도 너무 몰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별과 죽음에 대한 걱정, 다가오지도 않은 상황에 대한 극단적 상상들에 나의 공간을 너무 많이 내어주었다. 아주 가끔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지 생각들 정도로, 그 어떤 중독보다 강력하고 헤어 나오기 어려웠음을 너희들에게 고백해 본다.




이런 패턴을 개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침마다 감사일기를 쓰고, 순간순간 감사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조금 더 오래 그 감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매일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음악을 들으며, 동네를 걸어 다니며, 맛있는 아내의 집밥을 먹으며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려는 노력이 처음엔 그렇게도 어색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감사함을 늘려가다 보니 현재 침잠해 있을지 모르는 부정적인 생각 혹은 감정들은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발전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이 그 공간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감정에 취해있는 것이 나의 삶과 성장에 결코 생산적일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니 의도적으로 그런 감정의 흐름과 확산을 차단시키고 밝은 쪽으로 의식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너희들의 꿈을 기록하고 긍정적 다짐을 하며 감사의 일기를 쓰는 새벽의 15분 정도의 시간은 이 지독한 중독을 끊어내는 시작이자 내가 가진 유일함, 고귀함에 집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오늘부터라도 이러한 습관들을 너희들과 함께, 우리 가족 모두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



언제나 너희들의 발걸음이 빛을 향할 수 있길,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어둠과 희망을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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