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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그저 안아주어라

by Johnstory

존재하는 것 만으로 의미를 다하기도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고, 너희들 또한 다르지 않다.


둘째를 출산한 후 네 엄마는 아빠와 떨어져 2주간 조리원에서 생활하였고, 당시 두 살이던 널 돌보기 위해 난 휴가를 내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너희들을 챙겨야 할 상황이 되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되도록 내가 있으려 한다. 다른 가족에게 부탁하기 전에)


둘째의 탄생을 이미 눈치챘을 넌, 당시 찍었던 사진에서도 느껴지듯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다른 성별인 남동생이라는 사실로도 넌 상당히 신경 쓰였나 보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14일간 하루 24시간을 꼬박 함께였던 내게 넌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새벽 다섯 시가 되어가는 지금도 넌 아기 코알라 마냥 팔과 다리로 아빠를 감고서 너무나도 평온하게 잔다. 그래, 딸아이들은 어느 순간 아빠로부터 물리적 거리를 둔다고들 하면서 내게 '이제 멀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아직은 잘 그려지지 않고 상상해 보면 꽤나 많이 속상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넌 나의 딸이고 나는 종종 너를 꼭 안아줄 것이다.


나를 안고 자는 너에게 왼쪽 팔을 내어주고 누워서 쓰는 글을, 행복이라 부른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했을 그 2주간의 시간을 나와 함께한 탓에, 넌 늘 아빠를 찾았다. 자면서도 까칠한 아빠의 수염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좋아했고, 새벽운동을 다녀온 날엔 아빠가 옆에 없어 무서웠다 말하고 열 살이 된 지금도 매일 아빠에게 안겨 잠이 든다. 또래보다 작은 너이기에 난 여전히 네가 두 살 때의 아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순간순간 피어나는 행복한 감정을 난 사랑이라고 부른다.



너희들이 태어난 그날, 가장 빛나는 존재의 이유가 완성되었다. 세상 모든 이들 또한 누군가의 존재 이유이며 비할 데 없는 소중함이다. 그러니 가끔 비난과 원망과 반목과 증오의 파도에서 벗어나 그저 안아주어라. 매 순간 취하며 이기기를 거듭하는 삶 대신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채비하는 인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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