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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May 09. 2024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에 대하여

퇴사한 은행원의 열아홉 번째 인터뷰

   16년간 세 번의 이직을 경험했고, 최근 3년간 세 배의 연봉 인상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었어요.



표면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일 수도 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이르는 것이 순조롭지 만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관찰하다 보면 늘 부족한 부분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애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이러한 선택의 큰 부분에는 가족이 존재했습니다. 오롯이 나만의,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더더욱 저는 솔직해져야 했습니다.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서 말이죠. 내가 하고 싶은 일 대신,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그래서 경제적인 보상도 더 잘 받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정말 많았어요. 제주도 바닷가 앞에서 라면 가게도 하고 싶었고, 책 읽는 와인바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나의 일을 해보자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아내와 꽤 오랜 시간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어요.


결국 제가 원했던 것은 ’ 시간적 자유‘였습니다. 구속받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죠.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고민의 과정에서 인정했던, 스스로의 부족함을 직시했던 것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는 사실이었어요. 사업에 대한 자금, 비상시 계획, 기술에 대한 학습과 준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바로 이 생활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지금껏 해왔던 일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 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였던 거죠. 그리고 이 시간들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기술을 익혀가는 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직장 생활에는 많은 규율이 존재하고 그것은 개인의 삶의 방식을 여러 부분에서 제한합니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하죠. 그런데 벗어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에겐 ‘용기’라는 준비가 필요했고 결심이 서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의 출발점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지금의 단계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매달 급여의 일정 수준을 온라인 강의와 독서에 투입했고, 소소하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자산을 불려 갔어요. 시간이 지나니 결국 이런 것들이 저의 든든한 백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좋은 인연과 기회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저는 조금씩 저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가끔 내 안에서 요동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귀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꼭 한 번은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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