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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May 23. 2024

스스로 도태되는 법: 연봉인상에 실패하는 유형

퇴사한 은행원의 스물네 번째 인터뷰

과거의 영광에 갇혀 트로피를 안은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이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수도, 배움에 적극적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날의 영광을 어떻게 더 잘 포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죠.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구성원에 비해 상대적 경험치는 줄어듭니다.



나 때는 말이야, 가 아닌 나 이런 사람이었어, 에 갇혀있는 거죠. 환경과 조건을 탓하고 손에 물 묻히기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잦은 실패를 경험하는 이들보다 이런 유형이 더 최악인 이유는, 시도하지 않고 대접받길 원하는 이는 실패의 경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러 조직을 전전하다 스스로를 사장시킵니다. 나의 출신, 스스로의 기억과 평가에 기반한 과거의 성과는 현실에서의 냉정한 평가와는 거리가 있고 이로 인한 팀 내 갈등이 시작됩니다. 이윽고 어떤 피드백조차 받아들이지 않게 되기도 하죠. 이방인을 자처하게 됩니다.



같은 이야기를 맴돌며 나는 더 고귀하고 비중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노라 목에 핏대 세워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주위에 있는 직원들에게 조직과 리더의 무능함이 스스로의 그릇을 품지 못한다 하소연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름다운 마무리는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연봉협상은 둘째치고 재계약도 쉽지 않죠. 그렇게 또 다른 상상 속의 유토피아를 찾아 떠납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했고 적지 않은 이들을 떠나보내면서 이런 이들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머지않아 지난 시간을 후회합니다.

그때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알기 위한 노력을 했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지 고민하고, 그때 내 앞에 놓였던 불편함들이 기회였음을 깨닫습니다. 안타깝죠. 떠나온 조직들은 이미 차원이 다른 성장을 하고 있고 그만큼의 시간 동안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음을, 도태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아직 남아있는 직원들을 통해 재입사의 기회를 노려보지만, 지인은 얘기를 전달할 생각이 없습니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배우려 하지 않는 성향이라면, 굳이 내가 재입사를 원할 이유도 없거든요.



적어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배움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특히 은행원처럼 오랜 시간 한두 가지 업무에만 집중해 왔던 환경이었다면 새로운 기술의 학습은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대우받길 바라며 요구하기 이전에 나는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지, 최소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분명한 인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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