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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May 26. 2024

생각하는 대로: 2025년도 3억원의 연봉계약

퇴사한 은행원의 스물다섯 번째 인터뷰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업무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회사는 국내외 투자 실사를 앞두고 있고, 커져가는 조직의 규모에 발맞춰 변화해야 하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챙기기에 주중 5일만으론 역시 부족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노트를 정리하고 사무실에 출근하면 보통 8시에서 8시 반 사이쯤 되고 빠르면 저녁 8시~9시 정도에 업무가 마무리되어 퇴근하고 있어요. 집에 오면 10시 전후가 되고, 한 시간 정도 아이들과 얘기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록을 끝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하루들이 저에겐 '특별함' 그 자체고 감사한 시간들이에요.


그래도 짬짬이 출퇴근 길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읽을 수 있고, 브런치 저장글에 담아둔 아이디어들을 개진해 나가는데 시간을 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것이 없죠. 점심식사 후엔 30분 정도 인사동과 삼청동을 걷고 들어오기도 하고, 가끔 배가 고프지 않을 땐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책도 보고 또 걷다 들어옵니다. 꽤 오랜 시간 강남 인근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이런 환경에 있음에 매 순간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팀,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은 누군가가 말했듯,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처한 상황에서의 생각과 판단은 각기 다를 텐데 전 이왕이면 좋은 점을 찾아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상반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2025년도의 계획도 조금씩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매우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또 그 이상으로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일의 태도를 놓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보기도 하고 그 결과로 나와 회사가 흡족할 수 있는 평가보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봅니다. 이렇게 나의 하루, 나의 삶, 직장인으로서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내일을 그리기 위한 모든 노력이 언젠가 하나의 선으로 잘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래서 내게 주어지는 모든 상황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급여소득자와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연봉협상에는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내용들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 모두 반영이 되는 거죠. 지난 1년간의 평가를 통해 내가 원하는 보상에 가까워지거나 그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뚜렷한 목표를 갖고 나만의 레퍼런스들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6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거나 더 잘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들이 떠올라 공유드리려 해요.




1. 직감, 내면의 소리를 돌보기


대게 스쳐 지나가는 천금 같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놓치며 삽니다. 기록을 꾸준히 하고 있는 저로써도 휘발된 기억으로 쓰라림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명확히 떠오르지 않고 조합되지 않는 기억의 잔상들로 인해 답답함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부유하듯 떠내려가는 생각들 가운데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잘 잡고 남겨둘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머지않아 저는 그 방법을 찾게 됩니다.

바로, 내 안에서의 울림을 존중하고 귀 기울이며 이를 돌보는 것이었어요. 귀 기울이는 것을 넘어 돌본다는 것은 하찮다는 생각 없이 모든 생각들을 아끼고 소중히 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한 가지의 생각으로 일주일을 모두 써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기록으로 채워진 내용들이 다이어리 반권 정도를 차지하는 때도 가끔 있습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지 그 누구보다 나의 말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지만, 내 삶의 주인이 누군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니까요.



2. 꾸준한 한 단계 높은 자극을 주며 지구력 키우기


한 동안 주말 장거리 러닝을 쉬었더니 7km 정도를 아침에 달리고 들어온 오늘 저는 피로도가 꽤 높습니다.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맞춰서 5분, 7분, 12분 코스를 연달아 달리면서 꾸준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했습니다. 힘들었거든요. 멈추고 싶었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이렇게 약간의 버거움을 주는 자극을 지속하며 근지구력을 키워주는 것이 나의 건강뿐 아니라 업무적 지속성과 몰입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12시 58분. 점심을 먹고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많이 졸립니다. 그래도 엉덩이를 붙이고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태도에는 오늘의 달리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3. 버리고 채우고 버리기: 독서, 일, 관계


다른 건 다 버려도 책을 되팔거나 처분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지 않기에 밑줄과 메모와 각종 생각의 기록들이 책 속에 있습니다. 미처 다시 정리하지 못한 책들도 있고 그런 기록들이 어느 순간 제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섣불리 책의 공간을 비워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사오기 전 1,000여 권의 책들 가운데 300권 정도를 추렸고 나머지 책들을 중고서점에 되팔거나 지인(특히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책들을 생각하며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볼펜, 형광펜, 메모가 심한 책들은 기부조차 불가능하다 하여 모두 갖고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올해는 각 분야별로 Notion을 통해 정리하고 있고, 그럼에도 늘 소장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은 자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구매를 줄이고 도서관에서 대여를 통한 독서도 진행하고 있긴 한데, 확실히 저처럼 펜을 들고 죽죽 밑줄을 그러가며 기록하는 독서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아내 덕에 다시 또 책이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올해는 확실히 책에서 남겨야 할 것들을 남겨두었다면 잘 비워내보려 합니다.


모든 일들이 같은 순위로 중요함을 갖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지금 혹은 미래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꼭 지켜내야 하는 관계는 누구를 향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2억이 훌쩍 넘는 연봉을 계약할 때 든 생각이 있었어요.


'아, 내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했던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이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특별한 수준까지 도달한 다음, 그것이 현재 회사의 상황에 크게 도움이 되어야 당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누적이 되면 나는 핵심인재로서 존중받게 된다.'


그래서 전 저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부단히 애씁니다. 일단은 둘 다 완벽하게 해낼 재간이 없고 시간도 부족해요. 전 최소 6~8시간은 잠을 자야 하고, 7시간가량 편안한 수면을 취했을 때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잠을 줄이면서까지 무엇을 하는 것이 많이 어렵습니다. 물론 어제도 그랬고 종종 그렇게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만 다음 날 일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그럴 때마다 매일 꾸준하게 몰입도 높은 시간들로 채우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데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회사의 중요한 상황과 관련된 일을 단기간에 집중해서 해내야 하거나 하는 시기에는요.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가장 작은 하루 그리고 시간 단위로 생각했을 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할지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보면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기에 조금씩 연습이 필요할 거예요. 이에 도움이 되었던 책이 윤선현 작가의 <<하루 15분 정리의 힘>>인데 공간에 대한 정리를 뛰어넘어 삶의 정리에도 인사이트를 남겨주었던 책이니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단순화하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길 것만 남기기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추구하는 궁극의 모습은 지극히 단순화된 삶일 것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께서는 책을 두권이나 내셨어요.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더불어 여러 방면에서의 정리를 실행하고 있는 저로서는 최근의 저서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단순하게 미니멀 라이프만 지향하는 것이 아닌, 비움과 동시에 채워지는 내면을 바라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과 여유를 남겨두는 것, 그것은 삶의 지극한 단순화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어제 오랜만에 아내와 묵은 책들과 물건들을 정리했어요.

비워낼 것들은 많은데 책 한 권 물건 하나에 사연들이 떠오르고 나의 손때 묻은 기억을 추억하니 '내어놓는' 행위가 꽤나 아팠습니다. 대략 60여 권 정도를 정리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읽은 책들, 내가 얻었던 교훈과 깨달음, 생각의 원천들에는 꽤나 중첩되는 지향점이 있었다. 키워드로는 생각, 마음, 수행, 복기, 정진으로 압축해 볼 수 있는데 5년이고 10년이고 꾸준한 독서를 더 이어가다 보면, 마지막으로 두 권 정도의 책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마주하고, 다스리고, 활용하는 내용을 다루는 책일 것이고, 나머지는 고전일 수 있겠다. 대인관계, 전략과 전술, 삶의 도리, 스스로를 지키고 단련하는 법, 학문을 대하고 학업에 임하는 태도 등의 뿌리가 고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아내에게 이런 생각을 전했더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수긍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덧붙였어요. (사실 지나고 보니 합리화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내가 많은 책을 읽고 사고 빌리는 이유는, 단순함으로 이르기 위해 거쳐갈 수밖에 없는 다독과 다상량의 과정이기 때문이라고요.

스스로 이만큼 생각하고 정리하고 비워낼 줄 아는 데에 8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니 저의 지난 10년 정도의 시간은 이만하면 값지지 않았나 토닥거려 봅니다.



5. 잠깐의 시간을 부여잡기


지금 이 글의 주제와 뼈대도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5분 정도의 시간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에 주목하고 그 지점을 잘 묶어두다 보니 '이런 생각은 글이 되겠다'는 감각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휴대전화에 메모하고 키워드만을 적어두었죠. 그리고 전 든든하게 김치볶음밥을 먹고 글을 써내려 가고 있어요. 이 글이 또 어떤 분들께 닿을지 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삶에 제가 경험하고 효과를 내었던 소소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5분 정도의 간편 메모가, 이렇게 한 편의 글로 탄생된다는 점이 말이죠. 그래서 새벽에든, 출근 길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관통하는 생각들을 잘 잡으려 노력하고 이는 바로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꼭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잠깐의 산책이나 달리기나 명상이나 내 삶을 충전해 줄 수 있고 가치를 더해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좋겠죠. 아주 잠깐의 시간 속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언제나 잘 지켜볼 수 있길 바랍니다.





내년에 그럼 3억 원의 연봉 타깃을 달성하기 위해 상기 다섯 가지면 충분할까요?


제 경험으로 9할은 채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에서 여러 변수는 있겠지만, 상수를 강하게 지켜낸다면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봐요. 매년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해는 약간 부족했고 어떤 해는 차고 넘쳤으며 또 어떤 해는 큰 변화 없이 꾸준하기도 했어요. 저는 이런 높고 낮은 시류에도 제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마음을 쓰고 행동을 합니다.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가진 부족함이 있어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이것이 저를 주저앉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올 12월에는 어떤 모습의 제가 되어 있을지, 그때 오늘의 기록과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무슨 생각들을 하게 될지 생각만 해도 설레고 궁금해집니다. 정오 즈음 생각했던 몇 가지가 2시간 정도의 애씀으로 한 편의 글이 되었듯, 계속해서 쌓아가는 저의 점들이 훗날 높고 평탄한 선으로 이어지길 오늘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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