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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May 28. 2024

지금,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나요?

퇴사한 은행원의 스물일곱 번째 인터뷰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길 건너 공원을 세 바퀴 정도 달리고 들어왔습니다.



보통 월요일과 수요일은 아침 일찍 미팅이 있기에 주중에는 화, 목, 금으로 3-5km 정도 달려볼 여유가 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10-20km 정도로 천천히 달립니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공원에서 휴대전화 없이 달리는 기분은 정말 너무 좋습니다. 내 호흡과 다리 근육의 당김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고, 지금 이렇게 달려볼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런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음에 스스로 고맙다는 생각도 하게 되죠.


인생은 결국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는데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또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습니다. 부모, 가족, 친구, 회사 동료, 우연히 알게 된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분들. 지나간 그 시간 동안 제게 가르침을, 꾸짖음을, 영감을 전해주셨을 분들이 떠올랐고 지금 난 어떤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지, 또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조력자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200여 명의 조직에서 경영진으로 일을 하며 지난 18개월간 이곳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하는 다수, 그리고 잠시 연을 맺었다 헤어진 소수. 저는 한 조직에 속해있는 이들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마다 꿈꾸는 개인의 이상과는 다르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머리를 맞대고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량을 발휘하는 곳이 조직이고,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기준이 조직의 그것과 상충하여 잦은 마찰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가는 과정은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 무렵 적지 않은 수가 이탈하게 되는데 이는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거죠. 치열하게 합을 맞추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면 상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둘러본 사무실에는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죠. 이런 분들과 오늘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조직에서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스며들기도 합니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같이 닦아가고 채워가고 있는 이들을 돌아보게 되면, 그들의 부족함이 아닌 나 자신의 부족함들을 보게 됩니다. 이 지점이 저의 wow point였어요. 한때는 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에 대한 질투와 동경이 있었는데, 요즘은 저와 마주하는 이들의 장점들을 보며 내가 더 노력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과 관점의 진보를 이끌어 준 주위의 분들, 그리고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자기 확언으로 하루를 여는 스스로에게 감사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뛰어난 능력만을 높이 사는 것이 아닌, 일상의 평범함에서 발견하는 특별함을 알아차리고 놓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와 더불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조합이 지금 내 위치에서 나의 가치와 역량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오늘 이곳 직장에서의 하루가 어제와는 다른 의미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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