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story May 29. 2024

연봉 2억, 일의 보람 그리고 나의 가치

퇴사한 은행원의 스물여덟 번째 인터뷰

 새로운 곳에서의 시간이 2년을 향해 갑니다.


쉽지 않았던 그간의 시간들이 평가와 보상으로 잘 연결되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이만큼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에게 많이 미안해집니다. 나의 성장에는 희생된 가족과의 시간이 있었을 테니까요.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저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연봉 1억 원을 받던 몇 해 전과 비교했을 때 제 삶과 가족의 삶이 크게 바뀌거나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다니던 학원과 강습을 하나둘 줄였고 월평균 생활비로 지출하던 금액 또한 조금씩 줄였습니다. 그리고 저축을 늘렸어요. '쓰지 말자'의 성향이 강하거나 지출에 대해 극도의 예민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돈을 벌고 모으는 것에 재미를 좀 더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중고거래와 중고서적 판매로 소소한 부수입을 경험하는 것도 즐겁고요. 어쩌면 생활비로, 그리고 저의 용돈으로 체크카드만을 사용하는 습관도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자산이 쌓여감에 일조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8년 전, 은행을 나오겠다는 결심을 이끌어내고 큰 도움을 주셨던 팀장님도 이제는 용서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억에서 잊혀갑니다. 1년간 그렇게 저를 괴롭히고 무시하셨던 그 말씀들과 행동 때문에, 저는 더 잘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그게 2015년이었습니다.

팀장님도 아이가 셋이 있으신데, 직장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 걸 아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 거냐는 소심했던 반항 혹은 일갈로 인해 일그러지던 그 얼굴도 한참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무 희미해졌습니다.



30편에 달하는 브런치북의 연재 계획 중 한편 정도는, 사실은 팀장의 언어폭력과 주취로 인한 비상식적 행위들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굳이 이제와 그 기억을 더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정말 괜찮은 팀장, 리더가 되고 싶었고 나름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매년 성장하고 있으니, 되려 은행이란 곳이 제 자리가 아니었음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분께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앞으로의 일은 잘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강한 욕구와 그 주제는 늘 본능적으로 다가오니까요.




 저는 은행을 퇴사하고 8년간 3번의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잠시 스쳐간 한 곳도 있으니 총 네 번이겠네요. 각기 머물렀던 시간의 총량은 달랐지만 매번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부족함 없이 해내려 고군분투했습니다. 숱하게 실패했고 몇 번의 큰 성공도 있었습니다. 마흔이 되어갈 무렵, 나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시도보다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더 특별하게 잘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 모든 아이디어를 기록했습니다.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독서노트를 쓰고 독서모임 또한 진행했습니다. 책에서 그리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늘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들을 토대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시도했어요. 그리고 한동안 평온히 잘 되어가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 없이 성장을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 때가 있었는데 당시 문제를 분석해 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풋 과다, 아웃풋의 부족



책을 보고 기록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던 탓에 시간이 지나며 그 절대적 양은 증가했고 쌓여갔지만 이를 기반으로 아웃풋 하게 되는 상황들은 현저히 줄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적게 읽고 많이 쓰며 행동한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정체되었다고 생각했던 직업적 삶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저는 저의 일 안에서 제 자신을 바라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몸 담고 있는 이곳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다짐하고 기도합니다. 또 이 모든 과정에서의 실패와 아픔과 고통이 내가 가장 크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몰입하고 빠져든 일은 한때는 '정말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그 일이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즐기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었고 흥미를 잃어가던 이 분야에 대한 많은 생각을 걷어내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 그 작은 단위자체에 오롯이 몰입하다 보니 더 잘하게 되었습니다. 지나 보니 그리 된 셈이었지요. 매일 좀 더 성장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과 우리 회사가 꼭 잘되는 데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다짐이 저를 좋은 곳으로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한 하루가 어떨지 상상이 되시나요? 아무도 제게 이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런 생각들을 갖고 일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그친 적도 없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가장 작은 단위의 시간, 그리고 하루를 잘 활용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실행을 했던 것이 이제와 보니 저를 이곳까지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제가 놓여있는 환경에 대한 감사함, 일을 대하는 태도, 스스로에 대한 다짐들이 직장에서의 하루를 더 빛나게 해 주었고 일을 하는 매 순간, 내가 더 괜찮은 리더가 되어 많은 분들과 기념비적인 일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 적극성과 긍정적인 태도가 어느 순간 또, 제가 한 번도 닿지 못했던 그곳으로 이끌어줄 것임을 믿고 있고 저는 오늘도 가장 가치 있는 나의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려 합니다.

출근시간 보다 2시간 일찍 오피스에 도착해서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저는 너무도 행복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흐름을 주도하고 보람을 느끼며 가치를 높여가기 위한 내면의 소리를 한 번쯤 귀 기울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이전 28화 지금,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