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업무 성과는 어떻게 연관되는가
기상: 5시 35분
인터벌 러닝: 웜업-(인터벌 러닝 1 m30 s-휴식 1m) ×20회-쿨다운
거리: 8.28km
달리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매력을 느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고 내 맘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몸을 원망하는 구간을 지나야 하고, 이 시간들을 잘 넘어가면 달릴수록 개운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들이 운동 중에도 그리고 끝난 후에도 이어집니다. (한 가지 단점은 컨디션 고려 없이 과도한 페이스와 거리를 달렸을 경우 남은 시간의 일과 수행이 어려울 수도 있단 거죠. 책상에 앉아서 존다거나. 제가 그랬습니다, 아주 자주요.)
근데 그럼에도 그 욕심이 잘 버려지지 않더라고요.
달릴수록 더 잘 뛰고 싶었고, 더 빠르게 뛰고 싶었습니다. 마치 누구에게 보여주기라도 해야 하는 것 마냥 보이는 것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고요. '나만의 달리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좀 느리더라도 오래, 꾸준히 달리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단거리 선수처럼 달리고 있었습니다. 넘어갈 듯한 숨을 붙잡고서 말이죠. 많은 것을 내려놓자고 다짐했습니다. 두 다리로 용기 내어 느리게 달려보는 이 시간은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니까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느린 달리기가 저의 체력을 올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집니다.
이 역시 사회적, 절대적 기준이 아닌 스스로 '어제보다 나아지는' 삶의 방향성에 근거한 감정인 거죠. 감사한 시간입니다. 좋은 것은 새벽 달리기라는 루틴이 생기니, 업무시간 중 집중도를 높이고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과 불필요한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 스스로가 통제하는 나의 인생임을 느낍니다.
지나고 보니, 연연할 필요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려가도 나는 나만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려도 괜찮았던 시간들이었던 거죠. 당시 안정된 직장인 은행을 퇴사할 때 모두가 은행 밖은 지옥이라는 얘기를 고정 레퍼토리처럼 읊어대곤 했는데, 난 나만의 선택을 했습니다. 아내를 제외한 모든 이가 반대를 했지만 난 나의 길을 가겠노라 선포했고, 그로부터 8년이 흘렀어요. 요즘 승진이 어렵다고 느끼는 은행동기들은 종종 연락을 해옵니다. 지금 이직을 해도 되겠냐고,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어떻게 준비하면 되겠냐고 말이죠. 누가 알겠습니까. 저 역시도 제 인생이 이렇게 흘러올 줄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매일 느리지만 꾸준히 달렸을 뿐이니까요. 운이 정말 좋기도 했고요.
새벽과 아침의 한 가지 아웃풋은 잘 자리 잡을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듭니다.
두 가지가 남아있습니다. 하나는 독서, 그리고 영어와 스페인어.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한 시간가량 독서, 그리고 집에 와서 자기 전까지 모두가 모이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계획을 오늘부터 실천해보려 합니다. 이 또한 욕심내지 않고 한 시간. 하지만 매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잘 만들어가는 이런 습관들이 30일, 60일, 90일, 그리고 3년 후에 저의 모습을 조금은 더 제가 바라는 삶에 근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저 거북이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