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by Davca

그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흘러간다



유난히도 밝았던 가로등의 낡은 불빛이

나의 서러움에 아쉬움을 더했고



돌아서는 그대의 두 어깨에 내려앉은

지나온 시간의 기억과 한숨은

나의 발걸음을 자꾸만 되돌린다



짧았으나 한없이 강렬했고

평범했기에 후회로 남았으며

그대의 시간들이 어떤 의미인 줄 알기에

미안한 기억들은 매 순간 각인되었다



그래서 난

그대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돌아서는 그 길,

어렵사리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그대를 위해 기도한다



위대한 일을 했다 그대는.

척박하고 바람 한점 없는 그곳에

씨앗을 뿌렸고, 밭을 일궜으며

싹을 트게 했고 열매를 맺었으며

그대를 바라보는 어린 시선들을 위해

어느 순간 거름이 되었다



위대한 일이었다 그대의 그림자는.



말과 글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을

미천한 필력으로 소심하게 끄적거린다



내게 주어진 그대들과의 시간이

이렇게 끝나버릴 것이었다면

난 그때

그대들과의 대화에 따듯함을 더했을 것이다.


비록 전해지지 않는 편지라 해도,

난 그 편을 택했을 것이다



그대들과 스쳤던

그 옷깃에 감사하며

오늘의 달이 지지 않길

나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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