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얘기하는 무책임함에서 벗어나기

by Davca

지난 경험의 밀도는 의도성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무언가를 의도했다는 것은 지향점이 분명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하며 지속적인 행위의 강도와도 빠르게 연결되어 체계적인 실행을 유도한다. 많은 경우 배제된 의도성 그리고 흐름에 맡긴 생활 속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의도하지 않았기에 인식하지 못하는 패턴으로 말미암아 유용한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농도 짙은 경험을 소유하는 것도 어려워질 때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늘 후회가 따른다. 잘못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간 중 얼마나 많이 의도성을 주입할 수 있는지는 스스로의 삶을 가꿔나가는 데에 있어 핵심적인 주제라 할 수 있다.




이는 꼭 우리가 기업에 종속되어 있는 근로자가 아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모든 환경이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의 위치가, 지금의 일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흘러가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에 나의 의도성을 주입시켜 보는 것이다. 스트레스 가득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내가 이 경험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의 최종 목적지, 내가 기대하는 모습을 나만의 스크린에 담아내게 되면(때론 엄청난 상상력과 집중된 사고가 필요하다) 오늘 내 위치에 대한 정의가 바뀔 수 있다. 목줄에 감긴 채 끌려가야 하는 노동자가 아닌, 적어도 일을 완수하고자 하는 '사고와 방식'에서 나의 의도성을 갖도록 힘써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다. 나의 의도성을 떠올리기 이전에 내가 바라는 삶, 기대하는 인생에 대한 면밀한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직장을 벗어나 좋은 운을 좇아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뜬구름만 잡는 것이 아니고 주체적으로 어떤 삶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막연한 부자의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통해, 나의 어떤 강점과 희망을 통해 그 모습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집중하고 또 몰입해서 정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전히 일요일은 마음이 복잡하다.

많은 경우 비생산적인 주간보고회의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얘기를 나누는 이 과정이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과 일치하지 않거나, 앞으로 내가 경험하고자 희망하는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다. 의도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진실로 '의도'한 것의 비중이 낮은 사람의 하루 그리고 일주일은 심히 괴롭다. 아침에 눈을 뜨고 지금까지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수행했는지를 잘게 쪼개서 생각해 보면 스스로 이끌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구속력에 의해 끌려가는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의도한 삶은 목표보다 희망적인 상상에 가깝다. 의도하지 못한 삶은 흐르는 대로, 무언가가 일어나는 대로 '살아져 버린' 시간들의 축적이다. 의도한 삶은 지금 이 모든 순간 진행되는 것들이 내가 스스로 의도한 것인지의 관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삶이다. 지금의 모습, 이를테면 몸무게, 시력, 입고 있는 옷, 시계, 살고 있는 집, 가정, 아내, 자녀, 직장, 자산, 생활패턴 등 무수히 많은 것들 가운데 내가 설계하고 진실로 의도한 것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면 누군가는 섬뜩해질 것이다.



계획, 실행, 통제와 절제, 완성의 과정에서 의도성(Intentionality)이 채워주는 경험의 밀도는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줄 핵심요인이다. 의도되지 않은 것의 즉흥성은 개인이 희망하는 모습과는 무관한 도파민 가득한 유흥에 연결될 확률이 높다. 의도한 삶이 중요한 이유이다. 되는대로 살아지는 삶의 만족과 가치가 충만하기는 어렵기에.

일요일 저녁, 한숨 쉬며 새로운 한 주의 첫 출근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인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가로 기록해두고 싶은 중요한 것: 삶을 의도하지 않은 이들은, 의도하는 이들에 의해 종속되고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앞으로 어떤 점들이 변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생각하기가 어려워지고 중요한 판단들을 '의도하는 그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에 대한 비판 없는 수용이 일상화되는 것은 개인의 의견과 고유성을 잠식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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