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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이 되길

2025년 기억해야 할 한 가지

by Johnstory

연관 지어 떠다니는 수만 가지 생각들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여전히 나의 글이 아님을 느끼고 그 어색한 행간을 전부 지우기를 닷새째 반복 중이다. 보기에 알맞은 글로 수정하는 작업은 적정한 수준의 편집과 포장이 필요한데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작가가 아니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다시 백지가 되어버린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에서 선명한 주제들이 잡혀야 하는데, 주제를 정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채워가려 하니 고된 작업이 될 수밖에.



그래서 이내 결심한다. '어차피 이렇게 하나 저렇게 쓰나 부족한 건 마찬가지고 내가 기대하는 완벽한 생각의 정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어려울 터이니 손 가는 대로, 저항 없이 맞이해 보자'라고 말이다.

반성할 거리가 산적했던 2024년, 난 누구보다 눈치를 보는 한 해를 보냈다. 결국 그 싸움에서 난 무릎을 꿇었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간 쥐고 있던 것들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물음이 생겼을 뿐이다.



과연 이게 나의 고통을 수반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가족의 삶과 나의 성공에 매우 깊은 연관이 있는 물질의 풍요의 가치는 분명하다. 삶의 연속과 여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외벌이 가장에게 이보다 더 중한 것이 있었던가.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는 말로도 이의 무게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이 이루기 위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파고들 때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몸살을 꽤 오래 앓았다. 불안했다. 온몸은 강한 충격으로 얻어터진 것 마냥 아팠고 도망치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눙치기에 위아래로 치고 들어오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은 나를 집어삼키고 뜯어먹기도 했다. 뼈마디가 쑤신다는 말의 뜻을 처음 경험했다. 이상 속의 누군가를 흉내 내고 조직에서 기대하는 모습이 되고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지쳐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의 보람도 있었으나 그 시기를 넘기면 또 다른 산들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풍광을 느끼지 못하고 오른 곳에서 내려다보는 나는 어떤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까.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했다.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아니 방향 같은 거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가 이끌어가는 그곳으로' 나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껏 편견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이 선택은 내게 외도와 다름 아니었다. 직업의 영역에서, 내 삶의 직업선택에 있어 안전한 울타리 밖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은 내게 그러했다. 양복에 달린 은행원의 배지가, 풍요로운 통장의 잔고가, 빳빳한 임원의 명함이, 내가 올라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맞지 않았을 뿐.




지금도 역시 100% 완벽하게 나의 길을 인지하고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든 '나의 마음이 불편한' 선택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이라는 것은 환경과 상황과 여러 맥락에 따라 일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즉흥적일 수도 있으며,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후회라는 것을 할 수 있겠고, 이후 조금은 성숙해져 이전보다 한 뼘 나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내가 바라보는 그곳이, 그것이, 내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내려놓아야 한다.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타인의 스토리가 가득한 자극적인 영상과 포스팅은 철저하게 차단하며, 지적 호기심이 나를 자극할 때 도서관을 찾고 기록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누군가 어떤 시계를 차고, 어떤 차를 몰고, 어떤 집에 살고, 무슨 일을 하며 직급이 뭐고 회사가 어딘지, 그것이 대체 나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가까운 지인의 인생이라면 그 역시 자신의 삶을 살길 응원해 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절대 타인의 인생에 젖어들지 말자. 깊이 심취되지 않아야 하고, 이것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환경의 제약을 두면 된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내가 해야 하는,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성장시킬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내가 바라는 한 점으로 높은 강도의 몰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를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에 나를 맞춰야 한다.



눈치를 보고,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고, 뒤돌아서 후회하는 것은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나답지 못했을 때가 되어야 한다. 결코 타인이 나를 조종하려 들게 여지를 주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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