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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견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문제가 풀린다

by Johnstory

마음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무언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불편함을 안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바꾸려 생각하지 않는다. 진실된 마음을 따라가지 않는 행동들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불편하고 어색하니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때의 선택과 지금의 상황을 반복해서 저울질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 그런 모습에 자기혐오와 연민이 번갈아 찾아온다. 현재 상황에 대한 한탄이 빠질 수 없다. 이미 지난 시간들의 선택에 대해 곱씹어본다. 만약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미 없는 후회들을 하며 이런 답답함을 영양가 없이 나눌만한 술친구를 찾아 핸드폰을 뒤적인다. 애초에 그런 생각은 이내 잊은 채로 이름도 모를 이들의 SNS를 탐색한다.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남기고 그렇게 한 시간 가깝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태워버렸다. 이 또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앱을 삭제할 생각도 용기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가 비즈니스라는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니 계정하나 정도는 남겨둬야 한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비즈니스를 할 것이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고 SNS가 아니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나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남들이 하는 것은 참고자료일 뿐, 정답이 될 수 없다. 얼마든지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



휴대전화의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자 다짐하고,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켠다. 유튜브에서 lo-fi를 들으려 했던 것인데 눈길을 끄는 쇼츠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마우스를 내린다. 아이들의 휴대전화에선 추천 영상 알고리즘 기능을 꺼 두었으나 정작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절제와 통제가 필요한 건 오히려 나인데 부모이고 성인이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역시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굳어진 관성 탓에 ‘늘 하던 대로’ 흘러갈 뿐 갈수록 문제의식에 대해서도 둔감해진다. 그리곤 잘 풀려가지 않는 상황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는 늘 준비가 되어 있고 나는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있는데 외부의 여건들이 내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좋은 운이 깃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유튜브를 찾기 시작한다. 미안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빠른 시간 내에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그들이 무엇을 뿌렸고 다졌으며 기다려왔는지, 매일의 고통을 어떻게 감수하고 이겨냈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그런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이 선명히 보일 것이다. 그 시간을 똑같이 보내려는 모습을 떠올리곤 곧 마음을 접는다. 5년이 아닌, 5개월도 인내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지레 겁을 먹는다. 역시 다시 제자리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별반 소득이 없었던 하루를 생각하니 속이 쓰리지만, 내일 생각하자며 접어두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하루에서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나를 발견한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르지 않은 인풋을 투여했는데 완벽하게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종종 아니 매우 자주 가장 중요한 진실을 잊고 산다. 모두가 받았을 기초적인 교육에 해당할 법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산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인데, 무엇을 뿌렸는지도 모르고 뿌리긴 한건지도 의심스럽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야근까지 하며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열심히 살았다고 말이다. 시간을 투입한 것 자체에 대한 부정을 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진지하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오늘 하루 그래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등골이 서늘해지기 전에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잠시의 찌릿한 충격요법 정도로 끝나지는 않기를 바란다. 무엇을 뿌리고 무엇을 거두었는지에 대해 진지해질 수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의미부여 말고 실제로 내 능력의 근육을 키워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납득할만한 In & Out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것을 정리하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 이유 또한 지난 오늘의 시간 또한 복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홀히 한다. 역시 내 주위엔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한 잔의 술자리를 권하는 친구들, 동료들, 혼자 있을 때조차 깊은 호흡과 휴식을 허락지 않는 수많은 영상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아니다. 늘 어디서든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주길 기다리는 대상은 존재해 왔다. 이를 통제하고 절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누구 때문이 아닌 바로 나의 결정 때문이다. 다른 이가 나의 시간을 훼방한 것이 아닌 내가 그들과 어울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자주 나의 고민 그리고 그 뒤의 행동들을 관찰해야 한다. 관찰자 모드(Observer Mode)가 되어 나의 하루를 촬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모습에 대한 평을 해본다면 지금 내가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란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편견에 빠져있고 루틴으로 둔갑한 타인의 행동을 모방함에 빠져있고 자극적인 유혹에 빠져있고 정말 소중한 존재를 등한시하는 오류에 빠져있다. 자신이 만들어내고 있는 평범한 것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타인보다 내가 더 나은 존재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단 한순간도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된 적이 없었다.



나의 존재를 과대평가하다 보니 위기감지능력이 결여되고 고군분투해야 할 현실로부터 동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큰 뜻을 품은 것처럼 하루를 살고 있다 말하지만 감 떨어져 가는 평범한 사십 대일 뿐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아니다. 꿈만 먹고사는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 현실방어와 이상수호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현실을 잘 디펜스 해야 한다. 더욱이 가장이라면 말이다. 많은 이들이 장비로 치장한 러닝을 하는 파도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건강이 우선이고 체중 조절이 중요한 지금의 시기엔 카본화나 값비싼 GPS 워치나 패셔너블한 러닝 의류는 결코 필요치 않다. 신고 달릴 수 있는 운동화 한 켤레와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시계나 아날로그시계 하나면 충분하다. 나의 존재를 다져주는 활동에 마치 그것이 내 전부인양 빠져들어선 안된다. 대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족들과의 여가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위치와 나이쯤 고려했을 때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있다. 머지않아 내게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을 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며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하는 것에 대한 진중한 고민들이 이어질 것이다. 관찰자 모드로 나를 제대로 관찰하게 된다면 말이다.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문제임을 ‘알고는’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문제다라고 인정하고 말하지 못할 뿐이다. 인정하고 나면 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곪은 상처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장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더라도 상처를 도려내 새 살이 돋게 할 것인지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어느 누구도 이를 대신해 줄 수가 없다. 솔직해지는 나 자신의 모습이 가장 나다운 것이다. 불요했던 치장을 하나 둘 걷어내는 작업은 꾸미려 애쓰는 것보다 숭고하다. 문제의 발견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해결이든 인정이든 나의 방식대로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단련된 몸과 마음의 근육이 되어준다. 새벽공기가 차가워진 섭씨 3도의 아침 한 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린 후 집에 들어와 찬물로 샤워를 할 때 나는 현실의 나로 각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각성은 지속력이 그리 길지 못하다. 계속해서 찬물샤워 같은 자신만의 테라피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 그것과 관련된 사건들을 기록하고 관찰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글을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5분 정도만 써봐도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다.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SNS의 유니콘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과 아픔이 존재할 것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나의 문제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고 정면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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