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변(辨)

by Davca

아닌 척해봐도 나는 꼰대가 되었다. 다 이게 너를 위한 거라는 스스로 편하자고 하는 얘기들에 느껴지는 가책의 강도가 점점 낮아진다.




이십 중후반의 팀원들과도 협업을 해야 하고 의견 불일치의 간극을 세대에 대한 이해로 해결해야 하며 한 인격체로 온전히 존중해야 함에 있어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는 '관리자'로 살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배려만으로 직장생활이 굴러가지 않음을 알기에 사무적인 관계가 편하다. 확인해야 할 몇 가지를 신경 쓰고 업무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설정해주고 조직에서의 성장을 위해 딱 그만큼의 피드백을 주는 것. 거기까지만 하면 편하다. 확실히 편할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어렵다.



지금과 견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채용시장과 경기의 흐름이 국제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던 2007, 2008년도 시기에 취업에 성공한 1인으로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75:1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졸업도 한 학기 미뤘었다. 취업이 안된 채로 세상에 나가는 무모함을 당당함으로 포장할 용기가 없었다. 어렵사리 한 취업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하물며 그러했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그래서 같은 조직에서 일하게 되는 친구들의 첫출발을 눈여겨보게 된다. 성장을 위한 거름은 못 되어도, 한 여름 뜨거운 볕과 한 겨울 찬바람 정도는 막아주고 싶기에. 내게 했던 사소한 모든 실수와 실패의 경험은 피해 갔으면 하기에 사무적인 관계의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것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팀원들은 감추지 않는다. 아, 정정. 눈치 보고 감추는 친구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십오 년 전의 나도 그러했으니. 하나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 진심을 다해 친절하고 선한 표현으로 이야기할 것.

내용이 무엇이든 뉘앙스는 부드러워야 한다. 지시형이 아닌 권유형의 문장을 사용한다. 그리고. 짧아야 한다.


꼰대가 되었음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마지막 대목이다. 짧아지지 않는다. 말은 말을 낳더라. 나도 몰랐던 신비에 가까운 능력들이 살아난다. 그랬다가 도돌이표가 시작된다.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하고'. 아내의 가장 큰 지적이다.




그때의 어른들처럼 나도 그렇게 사십 중반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애써 피하고 싶지도 않지만, 피할 수도 없다. 나의 아버지 세대를 향한 조금의 이해와 엄마의 잔소리가 그런 연유였겠다 쉬운 추측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런 부모가 되어간다. 질주하던 그 시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나름 성공한 직장인이자 관료가 된 친구가 술 한잔에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국 꼰대가 직장에서 인정받잖아. 조직의 룰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니 눈 밖에 나는 팀원들에게 잔소리가 많아지는 거고 팀원들한테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결국 꼰대라고 불뤼는 이들이 고과는 좋더라"


꼰대에게도 그럴 법한 사정이 있다는 꼰대의 변(辨)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팀원의 공은 그대로 인정하고 평가받게 해 주며 그들의 업무에 대해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같은 조직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잔소리라면 나는 멈추고 싶지는 않다.


짧게 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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