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서필방 27화

K가 보고 싶어(10)

한국 커피의 역사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by 권수아

이 책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는 한국 커피의 미시사에 관한다. '미시사'란 '거시적인 역사적 구조보다는 인간 개인이나 소집단의 삶을 탐색하는, 역사 연구의 방법론'이다. 미시사를 다루는 책들 중 다수는 '~의 역사'라는 식의 제목이 많다. 그러므로 이 책도 '한국 커피의 역사'라는 제목을 붙여도 결이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고종'과 '스타벅스'를 제목으로 삼은 데에는 첫째,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고 둘째, 고종으로부터 시작되어 스타벅스로 끝나는 책의 내용을 한 번에 나타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강준만 교수님과 오두진 대학생의 합작품이다. 강준만 교수님은 '이 책의 대부분의 자료 수집과 초고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학생 오두진의 몫'(8p)이라고 하셨다. 대단하다. 아직 대학원에 입학한 것도 아닌 대학생이 이 엄청난 양의 커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니. 이야말로 진정한 연구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 명의 연구자인 나도 그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1896년부터 2005년까지의 한국 커피가 남긴 자취를 일곱 개의 장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각 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개화'와 '근대'의 바람을 타고(1896~1944), 제2장 '사랑방'에서 '다방'으로(1945~1959), 제3장 '커피 단속'에서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까지(1960~1969), 제4장 <찻집의 고독>에서 '맥스웰 하우스 커피'로(1970~1979), 제5장 안성기의 미소, 자판기 커피의 전성시대(1980~1989), 제6장 커피 전쟁과 커피의 고급화(1990~1999), 제7장 '국민음료'로 등극한 커피(2000~2005). 물론 각 장 하에 여러 꼭지들이 있다. 허나, 여기에서는 각 장 제목에서 언급된 것들을 바탕으로 책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한국 커피의 스타트를 끊은 이는 '고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사진은 고종이 커피를 즐겼던 '정관헌'이라는 덕수궁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다. 고종을 '개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커피 산업은 '근대'의 바람을 타고 성장했다. 일본식 다방들이 크게 번성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때이다. 광복 후부터 1950년대 동안 '다방'은 '사랑방' 역할을 했다. 사랑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사람들이 그 장소를 다방으로 바꾼 것이다. 다방은 문인들의 아지트로써 역할했다. 제3장의 시기인 1960년대(1970년대를 포함하여)는 박정희가 한국의 실세이자 대통령으로 있었던 시기였다. 박정희는 '별의별 것'을 다 통제했는데 커피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커피도 단속 대상이었다. 하지만,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 한 잔>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커피 사랑이 식지는 않았다. 제4장은 나훈아의 노래 <찻집의 고독>으로 시작한다. 바로 전 장에서 다룬 노래 <커피 한 잔>은 명랑한 반면, <찻집의 고독>은 서정적이다. 또, 1970년대의 한국 커피의 역사 중 눈여겨볼 것은 맥스웰 하우스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탄생하였다. 제5장의 제목에서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언급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언급되었으나, 이렇게 한 인물의 이름이 장 제목에 쓰인 것은 이가 유일하다. 그만큼 파급력이 있었다는 뜻도 되겠다. 또, 이 시기 1980년대에는 1976년에 처음 한국에 등장한 자판기가 전성시대를 누렸다. 1990년대에는 동서식품과 네슬레의 광고전쟁으로 대표되는 커피 전쟁이 일어났다. 커피 전문점의 고급화도 진행되었는데, 스타벅스가 그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화여대 부근의 1호점으로 한국 스타벅스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제7장에서는 커피가 '국민음료'가 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2002년 국제농업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를 제외한 20세 이상 남녀 성인 1,000명의 고객을 상대로 커피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39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드러나 일본과 대만을 크게 앞질렀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커피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2005년에 발간되었기에 현재로부터 무려 20년이라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발간 당시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 책을 능가할만한 한국 커피의 역사에 대한 글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그 세월 동안 한국의 커피는 어떤 역사를 겪었을까. 일단, 빽다방·메가커피·컴포즈커피로 대표되는 저가커피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두 다량 생산의 어려움과 친환경 정책도 언급할만하다. 현재의 스타벅스는 2005년과는 그 모습이 다른데, '몸집은 커지는데 실속이 없다' 혹은 '매출·수익성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라며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강준만 교수님의 머리말에는 '수집한 자료의 반의 반도 사용하지 못했다'(8p)라고 쓰여있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이 책이 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커피에 대해 할 말은 많아 보인다. 그러므로 한국 커피에 대해 새로운 글이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6화K가 보고 싶어(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