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4. 대형견 입원실로 이동하다.

by 전구슬

산책을 한 지 한 달쯤 지난 후에, 하쿠는 ICU에서 대형견 입원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ICU의 좁은 박스에서 지내기에는 곧잘 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하여, 입원실은 새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케어하는, 고로 여러 가지 감염원으로부터 분리되어 쾌적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하쿠는 실금을 비롯한 배변장애가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못한 터라 여전히 똥을 폭죽처럼 터트리고 있었다. 냄새도 문제였지만 언제까지 분변으로 도배된 ICU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하쿠때문에 그의 입원장뿐 아니라 입원실 주위 환경을 청결히 유지할 수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비교적 이와 떨어진 대형견 입원실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대형견 입원실은 특별한 생명유지장치는 없고, 단순히 비교적 경증의 질환을 보이는 크기가 큰 친구들이 휴식 및 안정을 위해 머물게 되곤 하는 분리된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마치 입원실에서 유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형견 입원실로 이동했다는 것은, 하쿠가 더 이상 중차대한 질병에 노출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따라서 하쿠는 대형견 입원장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산책할 때마다 하쿠를 돌보고, 물과 밥을 주고 더러워진 똥을 긁어 청소하는 귀찮은 일과가 추가되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사소한 귀찮음이었고 하쿠가 이렇게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감사할 일이었다.

KakaoTalk_20211022_155512979_01.jpg 대형견 입원장에 입성하다.

또한, 하루 두 번 산책으로 인해, 하쿠는 이제 실외 배변이 정립되고 있었다. 여전히 완벽하진 못했지만, 그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흐르던 배변, 즉 실금의 양은 산책시간에 노력성으로 다량 배출되는 탓인지 일상생활에서는 비교적 그 양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배변에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여 적절한 때에 배변하는 양은 상대적으로 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회색빛을 띄던 묽은 변이 점점 정상 변의 색깔, 즉, 진갈색의, 정상적 소화를 뜻하는 평범한 변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그와 더하여, 근육의 배치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듯이 몸이 탄탄해졌고, 털 또한 윤기가 돌았으며, 체중 또한 많이 증가하는 등,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급진적인 변화는, 사료를 바꾸었을 때 이루어졌다. 병원에 기증된 터라 하쿠는 정식 환자가 아닌, 실험실 소속 강아지였으므로, 대형견 입원장에 가고 나서부터는 다른 실험실 소속 강아지들처럼, 병원의 꽁밥, 즉 실험실 비글견들이 먹는 사료를 먹고 있었다. 이는 환자를 위한 처방식은 아니고,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사료로, 주로 건강한 비글견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 위한 용도이다. 하지만, 하쿠는 소화장애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식이를 급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소화기 전용 사료를 구입하자, 묽은 변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주르륵 흐르던 실금의 양도 점차 줄고, 배변 시간에 누는 변도 그 경도가 증가하여 점차 덩어리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화기관이 선천적으로 좋지 못한 터인지, 그 외에 간식이나 일체 사료가 아닌 것들은 오히려 설사를 유발했다. 따라서 하쿠의 식이는 모 회사에서 나온 소화기능 개선용 일반 사료로 정립하게 되었고, 처방식은 아니나, 지금까지도 이 사료만 먹으면서 소화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다.(지금은 간식으로 먹는 사료로 저 알러지성 처방식을 몇 알 먹기도 한다. 워낙 식이제한을 하는 터라, 맛없는 저 알레르기 사료도 너무나 맛있게 받아먹고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받아먹던 항생제를 더 이상 급여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로 임상증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와중에, 외과 교수님께서 대형견 입원장을 지나가시게 되었고, 하쿠의 건강해진 모습을 보시고는 한번 더 수술을 해주시기로 하였다. 이전의 하쿠는 비실비실한 모습에 소화가 안 된 분변을 죽죽 흘려서 재수술을 하기 어려운 건강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니, 재수술을 시도해도 되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항문 주변에 섬유화 된 조직(괄약근의 기능이 없는)을 보다 제거하고, 괄약근의 자리를 넓혀주고 따라서 그 기능을 항진시키기 위한 수술이라고 하셨다. 아, 또 한 번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수술만 성공하면!! 정말로 하쿠는 정상적인 강아지가 될지 몰라.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그 무렵 나는, "하쿠가 좀 더 나아지지 않았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하쿠가 정말 괜찮아질 것 같지 않아?"라는 말을 되내며 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하며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했다. 산책을 비롯한 케어가 힘든 나머지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지금'에는 항상 '사실 아니, 잘 모르겠는데?'라고 속삭이는 불안이라는 나쁜 녀석이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낄낄거리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따라서 너무나도 고대했던 두 번째 수술이었다. 하지만 기대보다 수술의 결과는 낙담스러웠다. 이미 하쿠의 괄약근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였고, 장에는 심지어 죽은 부분들이 있어 그것들을 제거하고 다시 항문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수술은 끝났다. 따라서 현재 하쿠의 대장은 상당 부분이 소실된 상태다. 강의 하류에 다다라서 이제 바다로 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번 거대한 수문에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한계는 여기까지 일까? 하쿠는 평생 분변을 흘리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한껏 고대했던 수술마저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이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수술로 인해 장의 죽은 부분들이 제거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두 번째 수술이 없었더라면, 이를 모르고 점점 더 넓은 부위로 장의 괴사가 진행되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다시 처음의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가, 운동치료를 계속하기로 맘먹었다. 당장은 수술 직후의 통증으로 인해 더욱 변실금이 심해졌지만, 운동으로 인해 변실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을 확인한 것만 해도 얼마나 희망적인가. 크게 보면, 모든 것이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뭐든지 한 번에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드물다. 또한 모든 상황을 제 입맛대로 끼워 맞추려 억지 부릴 수 없다. 그런 것들은 욕심이고, 이기심 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자연(스스로 그러함)의 일부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하쿠가 극적으로 나아질지, 아니면 이렇게 똥을 흘리며 살지, 아니면 소화기 질환이 더 악화되어 생각도 하기 싫은 결말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때그때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하고, 기다리고, 노력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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