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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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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출근하고 학교를 간 후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밥시간이 돌아온다. 아침에 아이들이 먹다 만 음식이 아까워서 먹기도 하고 집에 있는 음식으로 간단히 먹기가 일쑤다. 먹는 게 삶의 큰 낙이고 먹을 계획을 세우며 즐거워하던 생기로운 나는 없어지고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나만 남은 게 슬퍼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밥터디다. 오전과 점심에 브런치 먹는 기분으로 나처럼 밥 혼자 먹기 싫은 사람과 만나서 한 끼 하는 거다. 먹고 싶은 메뉴와 맛집을 정하고 시간 되는 사람과 잠시잠깐 만나 밥 먹으며 얘기하고 심플하게 헤어지는 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생활방식은 어떤지 들을 수 있고 밥도 먹는 그런 모임. 생각만 했던 모임을 이번 주에 드디어 하게 됐다.







첫 번째 만난 수원에 사는 H는 나처럼 해산물을 좋아했다. 그녀는 자신을 I라고 소개했는데 말을 스스럼없이 잘해서 전혀 I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밖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해서 집에 있다는 H.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는 듯 보여서 집에만 있는 건 심심해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터디가 처음이라서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 나름 이런저런 개인사도 얘기하며 편해졌고 나중에 또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두 번째 만난 나랑 비슷한 지역에 사는 S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이보다 더 성숙한 외모에 좀 놀랐다. 싱글로 혼자 주상복합에 사는 그녀는 나에게 이런저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줬는데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좋은 분이라는 건 알겠는데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고 편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또 만나지는 않을 것 같다.



세 번째 만난 대전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L은 딱 보기에도 어려 보였다. 박보영을 닮은 외모를 가진 그녀는 맞장구를 정말 잘 쳤다. 그래서 뭔가 밥 먹는 내내 얘기가 끊이지 않았고 서로 하는 일이나 가족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과 만날 수 있는 시간대가 비슷해서 나중에 또 봐도 좋을 것 같다.



20대, 30대, 40대를 거스르며 사람을 만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예를 들면 음식, 를 할 수 있는 게 재밌었고 그 나이대의 관심사와 경험 등을 들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뜻깊은 한 끼가 됐다. 생각보다 괜찮아서 100인의 사람과 밥터디 해야겠다는 작은 꿈이 생겼다. 밥터디가 끝날 때쯤 뭔가 새로운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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