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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차

swimming

by 작가님


이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커뮤니티에 수영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아직까지 수영을 잘 못한다. 20대 이후에 몇 번 수영 수업을 수강하곤 했는데 발도 팔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몇 달 배우다 관두기를 반복했다. 수영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겠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수영 수강 등록을 했다.



백화점에 가서 풀 세트로 수영용품을 사고 시간에 맞춰 첫 수업에 들어갔다. 호텔 수영장도 물이 차가워서 잘 안 들어가는 나에게 딱 적당한 온도인 미지근한 물이 마음에 들었다. 킥 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라는 선생님에 말에 물에 몸을 맡기도 벽에 도움닫기를 해 멀리멀리 나아갔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움파 움파 앞을 보고 숨 쉬는데 몸은 가라앉고 숨 쉬기는 힘들고 갈 길은 아득히 멀었다. 결국 끝까지 가지 못하고 땅에 발을 디뎠다. '그래 처음이니까 그렇지' 이렇게 위로하며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매번 숨 열 번에서 막히고 말았다. 어땠냐는 선생님의 말에 '숨이 차요'라고 하며 헉헉대니 '그건 원래 그런 거예요'라고 했다. 의지를 다져서 발차기를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를 뱅뱅 도는 것만 같았다.



다음 날, 팔을 저으면서 자유형을 하니 조금 나았다. 그래도 열 번째에서 숨이 막히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잊고 있던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옆 라인에 쉴 새 없이 돌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우울함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수영을 했다. 열 번의 숨 쉬기가 열한 번으로 그다음엔 아홉 번으로 다시 열두 번으로 바뀌고 또 바뀌었다. 수영장 물속 고요함 속에서 미세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는 달팽이의 모습이 보였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걸로 되는 거였다. 앞으로 난 계속 숨차고 허우적거릴 테지만 괜찮다.




#수영

#새로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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