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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Apr 08. 2024

4월은 잔인한 달



봄이 왔습니다. 날씨가 따스했다가 서늘했다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봄이 언제 오나 했는데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짝 다가와 어느덧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개나리와 진달래



바빠서 못했던 '하는 김에 등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전과 사뭇 다른 게 여기저기 초록과 갈색 사이로 어여쁜 색들이 보입니다.



산수유와 열녀목



꽃을 보자 이름도 궁금해졌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까치발을 들어 사진을 찍고 검색해 봤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제비꽃이었구나'



제비꽃



당연히 벚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실나무꽃이라는 걸 알게 되자 더 놀라웠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 사람처럼 봄도 꽃도 그 이름도 성질도 다 달랐습니다.



매실나무


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죽은 자들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20세기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T.S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문학 교양수업에서 이 시를 배웠는데 그때는 참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어요.


새 생명이 피어나는 봄의 4월을 잔인하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마음을 파릇파릇했던 신입생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죠. 교수님은 몇 주나 그 뜻을 알려주지 않으시다가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척박하고 비인간적인 황무지에서 봄은 희망고문이라고 얘기해 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아무리 좋은 풍경도 좋은 날씨도 내 마음이 지옥이고 내 상황이 안 좋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죠. 봄인지 꽃이 피는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달은 아름다운 봄 풍경 보면서 내 인생도 봄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을 잘 돌봐야겠어요.  


#4월
#봄
#봄꽃

#황무지









*시가 좋아서 조금 더 붙입니다:)


황무지(The Waste Land)

1. 죽은 자들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여름은 우릴 놀라게 했어요, 슈타른베르크호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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