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타심으로 시작합니다. 선량하고 넉넉한 마음을 내어 나와 가족이 아닌 그 사람을 살뜰히 챙깁니다. 나와 연관된 사람이고, 나의 가족과 인연이 있기에 좋은 마음을 내어 시간과 애정을 쏟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눕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당연하게 되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
유명한 영화 속 대사인데, 처음엔 듣고 웃겼는데 생각할수록 인간관계의 핵심을 꿰뚫는 것 같습니다. 좋게 넘어가고 이해하면 할수록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나 봅니다.
한 밤 중에 전화해서 내일 집으로 가도 되냐고 묻지를 않나, 연락 없이 집 앞 놀이터에서 놀면서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지를 않나, 집에 와서는 배고프다며 먹고 싶은 요리를 내놔라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흔쾌히 오라고 했던 말이 이렇게 돌아오는 것을 보니 마음의 창문이 쾅하고 닫힙니다. 사람마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는데 그걸 쉽게 넘는 사람들은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거울 속의 나
화가 나는 내 모습을 보며 내 안을 나를 더욱 들여다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한 적은 없는지? 다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을 쉽게 넘은 적은 없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있다면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이 어땠을 지도 가늠해 봅니다.
역할이 바뀌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정 이해하게 되나 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고정되지 않고 변합니다. 10대에는 40대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40대가 되니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40대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70대의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앞으로 인생을 살며 많은 역(易)할을 해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보고 싶습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나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