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옛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속내는 알아보기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기억 속 처음 경험했던 상대의 거짓말은 옆 집에 살던 동생이 한 것입니다. 넓은 마당에 3층으로 되어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 던 동생은 제가 열심히 모은 장난감 보석을 탐냈습니다. 그리고 동생 집에 놀러 간 날 보석 상자를 열어보라는 말에 끝까지 열어주지 않겠다고 했죠.
저는 직감적으로 느꼈던 거 같습니다. 내 것을 가져갔구나. 그래서 보여주지 않는 것이구나. 보여달라는 저와 보여주지 않겠다는 동생의 실랑이를 결국 동생의 할머니가 중재했는데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죠.
결국 판도라의 상자처럼 보석 상자는 열렸고 제 보석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동생은 그 후로도 몇 번 제가 아끼는 종이 인형을 치마 속에 숨겨 가져가려다가 걸리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상대의 거짓말을 난 알 수 있어'라고요.
거짓과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후에도 다양한 거짓말을 눈앞에서 많이 봐왔어요.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믿고 의지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의 거짓말을 목도하게 되었을 때였어요. 눈앞에 명백하게 증거가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서 환멸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자기 방어적이며 합리화를 잘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인간관계를 통해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인간을 믿고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던 내가 어리석고 비참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 상대의 마음에 속이 타들어가고 상대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아 답답합니다. 상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며 알 수 없는 진실을 찾아 헤매는 내가 안쓰럽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내가 알아본 사람은 다를 거라는 오만, 그 사람의 거짓말을 나는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자만이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몇 십 년을 살았는 데도 아직 인생의 진리를 알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가 봅니다. 다시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