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님 May 06. 2024

5월 연휴 단상

4+1



봄에서 여름으로 기운이 바뀌는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말에 걸맞게 행사가 참 많습니다. 노동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부부의 날까지 공휴일도 있고 아닌 날도 있지만 퐁당퐁당 쉬는 날들에 마음이 들뜨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좋은 자리, 기분과 달리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도 가끔 맞닥뜨립니다. 100년 전통의 맛집을 어버이날 전 주 주말에 방문하니 사람이 많아 주차부터 난관이고 미어터지는 음식점 안에 들어서니 정신이 혼미합니다.


아이들이 양 쪽에 달라붙어 서로 자기랑 놀자고 하는데 부모님은 챙겨야겠고 숯불처럼 내 마음도 타들어가네요. 서빙하는 아주머니도 힘든지 장어를 알아서 구워 먹으라고 하고 픽픽거리는 탓에 여길 왜 왔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동통 장어가 맛있어 위안을 삼습니다.


어떻게든 배는 채워야 할 거 같아 시킨 된장찌개와 막국수는 물에 양념을 휘휘 저어 섞은 수준이라 이 집은 이제 그만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일어납니다. 그래도 웃으며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그런 날을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애완동물 아니면 싫다고 보이콧하는 아이들 때문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햄스터 입양을 하러 갔어요.


가기 전에 여러 정보를 찾아봤는데 도무지 키울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 햄스터가 놀랄까 봐 소곤소곤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귀여워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에 와서 햄스터 집을 만들어주었는데 조그만 녀석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굴을 파고 숨어있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게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인지 오랜만에 느꼈어요.


모두가 잠든 밤이 되자 나의 무대가 펼쳐진 듯 케이지 안을 날아다니며 분주하고 활발해진 햄스터를 보니 나를 보는 듯해서 마음이 짠합니다.


가족의 완성은 넷이라며 네 식구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햄스터가 생겨 다섯 명이 되었습니다. 4월에서 끝날 줄 알았던 나의 봄이 5월에도 지속됩니다. 4명이서 끝날 줄 알았던 나의 가족이 5(다섯)이가 됩니다.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이전 17화 마음이 힘든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