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 통화를 했는데 둘의 기억이 달라서 신기했어요.
친구는 제게 '너에게 고마운 게 참 많아. 나 대학 때 집이 좀 힘들었을 때 니가 불러서 아웃백 가서 밥 사줬던 게 생각난다. 나 그때 처음으로 아웃백 가봤어."라고 했어요.
제가 과거 일을 세세하게 잘 기억하는 편인데 친구가 말한 일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대신 그 친구가 저 불러서 인사동에서 밥 사주고 술 사줬던 건 기억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준 기억은 잊고 받은 기억만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그땐 어리고 가진 것도 많이 없었는데도 진심을 다해 서로를 아껴줬구나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나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이 생각과 마음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고 만족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의 취미
소아과 갔다가 조리원 동기 언니를 만났어요. 우연히 만난 게 반가워서 급 만남 계획을 세웠어요. 시간 되는 4명이서 아침부터 만나 차 마시고 밥 먹으며 장장 4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어요.
현재 근황을 얘기하다가 제가 요즘 집 정리 하느라 중고 거래도 하고 나눔도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언니들이 "너 집 정리하는 게 취미잖아. 미니멀라이프였던가?"라고 했어요.
잊고 있었던 내 취미, 내 모습을 지인을 통해 듣게 되니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육아하며 힘들었던 시간을 쌓아놓은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며 견뎌냈던 게 기억났어요.
일을 쉬면서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가 절망도 했다가 힘 없이 누워만 있었어요. 바닥을 친 건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을 정리하 듯, 내 과거를 정리하 듯 집 정리를 하고 싶더라고요. 집 안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바쁘다며 모른 척 한 나의 과거의 모습인 것만 같고, 그걸 다 해결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미련도 후회도 버리고 새로운 쓸모를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만족과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취미는 "미니멀라이프"일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