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둘 다 애를 먹는 난제 중 난제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맞는 PM 툴을 잦게 컨설팅해 본 나는 미국 회사에서도 툴을 고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러나 에이전시는 인하우스의 상황과 매우 달라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과적으로 기존에 쓰던 툴에서 없는 기능만 빼서 충족하는 툴을 부수적으로 써보는 것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해결되어 팀에게 인정을 받았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모든 팀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듣고, 필요한 기능을 다 간추려서 그 수많은 기능을 다 충족하는 PM 툴 6개를 분석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기능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툴의 유료 비용을 고려하지 못하여 잠시 무산되었다. 그래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팀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장 큰 난제를 한 가지 골라 전혀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을 하나 구축했다. 바로 수동 노션 캘린더를 개설한 것이다. 일단 슬랙 채널을 하나 개설해서 매주 금요일 리더들에게 디자이너들과 무슨 요일에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디자이너와 협업할 것인지 리스트를 주도록 했다.
받은 리스트를 캘린더에 프로젝트 이름, PM, 디자이너 이름, 우선순위와 투입이 예상되는 퍼센티지(시간으로 정하면 디자이너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PM의 시간 산정은 절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와 올려놓았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지만 수동으로 문제가 해결되었고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한 상황에서 이 시스템을 계속 사용 중이다.
아마 팀이 커지면서 결국 툴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고, 이건 스타트업의 숙명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거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간에는 내 회사에 맞는 프로젝트 매니징 방법 + PM 툴 고르는 팁을 좀 전달하고자 한다.
내 회사는 인하우스인가, 에이전시인가, 아니면 인하우스 성격을 띤 에이전시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프로덕트가 한두 개 정도인 인하우스라면 한 서비스를 전 직원이 깊게 탐험할 것을 예상하여 KPI, ORK 등을 고려한 깊은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 등 팀원의 소속과 용어, 역할을 고려한 세세한 이슈 생성과 일정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프로덕트/프로젝트 매니저라면 주니어 때부터 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에이전시라면 상황이 약간 다르다. 세세한 이슈 생성을 하기엔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일단 같은 산업군이라도 고객이 다양한 프로덕트를 들고 오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는 '기능'에 관련된 것이 아닌 '고객'이 누구냐가 된다. 즉 고객이 한 명이고 프로덕트를 두 개 들고 온다면, 프로젝트는 한 개가 된다.
고객이 많기에 에이전시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PM툴을 고르게 된다. 즉 문서들을 한꺼번에 저장하고, 공개할 문서를 설렉하여 고객에게 제공하고, UI가 잘 구축된 로드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툴 말이다. 많은 에이전시가 그래서 노션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 페이지 공유가 쉬우니까 말이다.
인하우스 성격을 띤 에이전시란 우리만의 프로덕트를 내부팀에서 구축 중인 에이전시를 말한다. 고객 프로젝트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 우리만의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고 이를 관리하는 개발팀이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성격을 둘 다 띤 프로젝트 관리법이 필요하다. 우리 프로덕트와 고객 프로덕트를 섞지 않고 관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인하우스는 근무자들이 대다수 풀타임으로 회사에 완전히 소속되어 있어 관리가 쉽다.
에이전시는 다르다. 팀의 수가 적고 프로덕트에 따라 필요한 스킬이 요구될 때마다 프리랜서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 프리랜서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리라.
프로젝트에서 이들을 투입시킬 대 풀타임 직원과 프리랜서 직원의 업무량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월요일 풀타임 직원이 하루의 50%를 프로젝트 A에 쏟길 원한다면 프리랜서 직원은 시간제 혹은 프로젝트별로 페이를 주는 것이니, 5시간 동안 일하라고 표시해주어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에 투입되는 멤버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프로젝트 관리 툴을 고를 때 포함되어야 한다.
리더십 팀이나 CEO, 혹은 상사에게 아래를 물어봐야 한다.
우리 회사는 이번 연도 몇 명을 더 고용할 것인지
어떤 팀을 꾸릴 계획인지(브랜딩 디자인 팀, 프런트 개발팀, QA팀 등 구체적으로 알면 더 좋다)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우선순위 산정방법
회사가 작은 스타트업이라면 간단한 프로젝트 관리툴부터 시작한다. 먼저 팀원들이 겪고 있는 최고 난제를 파악해야 한다. 슬랙의 메시지들을 살펴보고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헷갈려한다' 혹은 'PM들이 다음 주 같이 일할 디자이너들이 언제 시간이 가능한지 헷갈려한다' 등 여러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걸 고른다.
나의 경우 CEO에게까지 의견을 물어봤는데 너무 문제가 많아서 아무도 하나를 짚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이럴 땐 PM이 실험용으로 노션이나 이미 팀이 쓰고 있는 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드나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구축해서 일주일 동안 실험해도 괜찮다.
회사가 규모가 크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다. Saas의 크고 깊은 범위를 가진 프로덕트이며 개발팀과 디자인 팀 등 여러 팀이 뒤섞인 상황이라면 정말 자동으로 정리를 도와주는 Asana, Wrike, Gitlab 같은 기능이 어느 정도 구축된 툴이 필요하다. 어떤 이슈가 막혔는지 볼 수 있고, 팀원들 중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거나 우선순위에 있는 기능이 충족되지 않는 케이스가 발생하지 않는지 보려면 PM 한 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말이다.
개발팀이 아주 중요한 프로덕트라면 회사에 당연히 개발팀이 많을 거다. 때문에 Github 브런치를 연결할 수 있는 Gitlab이나 Jira 프로젝트 매니징 툴을 사용하는 팀이 많다.
디자이너가 많은 디자인 에이전시라면 해당 툴들을 혐오(?)할 거다. UI가 좋고 직관적이며 간단한 다른 툴들을 선호하리라. 개발팀이 존재한다면 Github와 연동이 되는 직관적인 툴을 선택하게 될 거다.
팀원들이 툴을 사용하게 하고 싶다면, 대다수가 선호하는 툴을 선택해야 함을 잊지 말자.
가장 좋은 건 사실 PM툴이 아니라 PM툴을 사용해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일 거다. 팀이 프로젝트의 상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각 팀원이 하루의 우선순위를 PM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산정하고 볼 수 있도로만 할 수 있다면 성공일 거다.
가장 어려운 난제라서, 나도 계속 현재 시스템을 발전시키며 내가 투입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수준을 구현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