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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6. 2024

야구에 미친 사람


스포츠.

사람마다 좋아하는 종목이 있다.

나에게는 그게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야구이다.

1982년, 그러니까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는 MBC청룡팀을 응원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야구팀이 결성되었는데 내 고향 제주도를 연고지로 하는 팀은 없었다.

덕분에 나는 내 맘대로 응원팀을 고를 수 있었다.

내가 파란색을 좋아했어서 그랬는지, 용이 좋아서 그랬는지 어쨌든 나는 MBC청룡을 응원하게 되었다.

야구 외에도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다.

기독교인들이 좋아했던 할렐루야팀이 내 응원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축구는 조금씩 시들해졌고 야구는 해가 지나도 계속 응원하게 되었다.

야구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야구 열풍에 맞춰서 친구들과 야구 게임을 하고 싶었으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먹야구 정도였다.

방망이를 들고 휘두르는 야구는 우리 수준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방망이로 조약돌을 치면서 나 혼자 선수 역할도 하고 해설도 했다.

“MBC청룡의 이해창 선수가 2우 도루를 성공했습니다.”

“4번 타자 백인천 선수입니다. 때렸습니다. 홈런, 홈런입니다.” 

그러다가 지겨우면 담벼락에 네모 칸을 그려 넣고 몇 발자국 떨어져서 공을 던지기도 했다.

야구공이 없어서 테니스공으로 대신했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MBC청룡의 투수였다.

고등학생 때는 야간 자율학습이 있었기 때문에 야구경기를 시청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9시 넘어서 버스에 타면 친절한 기사 아저씨 덕분에 7,8.9회의 경기를 들을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중계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MBC청룡을 응원했다.

그 팀이 LG트윈스로 바뀌는 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의 응원팀은 LG트윈스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나의 마음에는 MBC청룡과 LG트윈스가 함께 있다.




내가 야구장을 처음 찾은 때는 대학 1학년 때였을 것이다.

햇빛이 찬란히 빛나던 어느 5월의 봄날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야구장에 갈 수가 없었다.

내 고향 제주도에서는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야구장을 방문한 날에는 응원보다는 친구들끼리 함께 야구장에 왔다는 기분에 잔뜩 취해 있었다.

오죽했으면 어느 팀의 경기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로 틈틈이 야구장을 찾게 되었다.

확실히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경기가 훨씬 박진감이 넘쳤다.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야구 관람이 마약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KBO 10개 구단이 각각의 꿈을 안고 시즌을 시작한다.

첫 단추부터 꼬이는 팀도 있고 예상치도 못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도 있다.

어느 팀이 끝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도 나는 LG트윈스 팀을 응원한다.

방송을 보면서 응원하고 야구장을 찾아가서 응원할 것이다.

야구가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대답한다고 한들 이해할 수 있을까?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야구장에서 난리 치는 모습을 뭐라고 설명할까?

얌전해 보이는 사람들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 선수의 안타 한 방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난리 치는 모습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한 점 얻었다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얼싸안고 눈물 흘리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겨우 따라가다가 아쉽게 경기에 패했을 때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이 사람은 정말 야구에 미쳤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 미친 사람 중에 내가 있다.

야구장에만 오면 소리 지르며 춤을 추고, 상대방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욕지기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야구에 미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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