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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너져내릴 때면 길 위에 서 보라!

by 박은석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면 길 위에 서 보라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가 있다.

참고 참고 참았는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지고 삶도 무너진다.

마음이 무너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사람마다 각기 자기만의 사연 때문에 마음이 무너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때문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파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러 번 도전했지만 계속 낙방될 때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

꼬여 버린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게 된다.

절제가 안 된다.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와 다른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자기 몸을 마음대로 써서 몸을 망치기도 한다.

자기만의 동굴에 틀어박혀 침잠해 버리는 사람도 있고 자기를 망가지게 만든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우울의 늪에 빠져서 가라앉아 버리고 후자는 원수를 갚겠다며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이 무너진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다.

곁에서 보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정답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실이 변하여 거짓이 되기도 하고 사실을 뛰어넘는 기적을 맛보기도 한다.

사실은 그냥 지금 이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그래서 뭐 어떻다고? 이 상황을 아예 벗어나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방법도 있다.

이 상황을 떠나버리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여기서 나가는 것이다.

딱히 방향이 정해지 않더라도 어디로든지 나가는 것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어디로든지 걸어 나가면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전에 살기 위한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무너진 상황에 처한 이들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일이 걷기이다.




미국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는 아버지의 폭력과 부모의 이혼, 새아빠 밑에서의 불안정한 삶, 그리고 계속되는 가난을 경험하며 자랐다.

대학생이 되어 공부에 재미를 들이고 삶이 조금 안정되려나 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암판정을 받았다.

의사들은 1년의 시간을 예고했지만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다.

마음이 무너졌다.

몸이 무너졌다.

삶도 무너졌다.

하늘을 향해 원망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이혼했다.

막살다가 죽고 싶었다.

술에 취하고 아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고 마약에 찌들기도 했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절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다.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걸었다.

그냥 걸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 할 만큼 4천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The Pacific Crest Trail, PCT)!

캘리포니아주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서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9개의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4,285킬로미터의 황무지길을 걷는 동안 곰과 독사를 만나기도 했고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사람을 만나면 기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자연의 광활함에 탄성을 내지르기다가 자연의 무자비함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내면에 있는 아픔들이 하나씩 씻겨나갔다.

아픔을 통해서 아픔이 치유되고 눈물을 통해서 눈물이 그치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PCT의 길을 다 걸은 후 그녀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와일드(Wild)>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과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길 위에 서면 알 수 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빈 문서 1001.jpg 영화 <와일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개봉했네요.
9791169851008.jpg 책 <와일드> 표지. 꼭 한번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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