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가 상큼하니 맛있네?”

<육아휴직174일차>

by 허공

2021년 7월 25일 일요일, 오늘 아침은 무엇을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습관처럼 계란을 삶고, 누룽지를 물에 넣어 끓였다. 첫째 사랑이는 8시가 넘어가자 씨익 웃으며 기분 좋게 일어났고, 둘째 행복이는 거의 9시까지 늘어지게 잤다. 주말의 묘미인 늦잠을 제대로 즐긴 듯 했다. 주말이면 더 늦게 자고 싶어 할 텐데, 이상하게 어린이집을 안 간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은지 일찍 일어나는 때가 많다.


‘00님, 7월 24일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비인두 PCR 검사결과 음성입니다.’

라른 문자가 아침 9시 11분에 도착했다. 당연히 음성이라고 생각했기에 미리 아이들 키즈 노트 알림장에 예약발송으로 음성 사실을 업로드 하였다.


어제 아침에 근처에 있는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었다.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는 아이의 학부모는 한 달에 한번 코로나 검사를 한 뒤 결과를 통보해 달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처음 하는 검사였지만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귀찮고 번거롭긴 하지만 어린이 집에서도 나라에서 공문으로 지시를 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아침부터 집 안 온도는 거의 30도가 다 되어 갔다. ‘에취’, 사랑이가 콧물이 나온다고 했다.

“엥? 안되겠다. 오전에는 에어컨 끄고 선풍기만 키자. 이 시기에 감기 걸리면 아무 곳도 못 간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에어컨을 키려고 했지만 오전만 선풍기로 버티기를 결정했다.

밥을 간단히 먹이고, 간식으로 수박을 잘라 줬다. 사랑이는 금새 다 먹었지만 행복이는 조금만 먹고 그만 먹는다고 한다.


“안 돼, 다 먹어야지”

“으앙, 왜 아빠 마음대로만 해”

“왜 아빠 마음대로야, 행복이가 잘 먹어야 크는 거야”

“으아앙, 내 마음도 있어”

“알았어, 그럼 참외 먹을래? 소세지 먹을래?”

“소세지”

간식도 억지로 먹이면 안될 것 같아 두부로 만든 뽀로로 소세지를 먹였다. 요새 행복이의 떼가 너무 심하다. 무작정 고압적인 자세로 나가면 안 된다. 적당히 달래 주지 않으면 한참동안 피곤하다.

아이들은 간식을 먹은 뒤 자기들끼리 블록 놀이도 하고 색칠 놀이도 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심심한데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아이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고 어디서 본 적이 있다. 무언가 딱 짜여진 틀이 아니라 자유가 주어질 때 오히려 재미있게 노는 듯 했다.


아이들이 쉬는 동안에도 집 안 일은 쉴 틈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 빨래를 돌리고 난 뒤 건조기에 넣었다. 그동안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은, 추억의 6살 곰돌이 인형 테디베어를 드디어 목욕시켰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60도 고온으로 세탁기를 돌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다. 세탁기를 냉수와 온수를 섞었다가 다시 온수로만 돌렸고, 아기 세탁 세제와 구연산을 넣었다. 깨끗이 빤 다음에는 잘 마르게 건조대를 펼쳐 뉘어 놓았다.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주고 나는 아이스 커피 한 잔을 타서 먹었다. 혼자 있을 때야 여유 있게 먹지만 애들과 같이 있으면 여유가 별로 없다. 시원하게 쭉 들이켜 먹는다.

이제 점심시간이 다가 왔다. 무엇을 먹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며칠 전 만들어 놓았던 소고기 무국을 끓여 주었다.


“얘들아 소고기 무국 먹자”

“싫어, 짜장면 먹을래”

“밥이랑 먼저 먹으면 줄게 알았지?”

“응”

짜장면을 먹는다고 졸랐지만 밥 먼저 먹으면 준다고 약속을 하였다. 아이들은 평소 같았으면 잘 먹지 않았겠지만 짜장면을 먹기 위해 거의 다 먹었다. 오히려 짜장면을 끓여주자 배가 부르다며 반 절 정도 남겼다.

밥을 다 먹고 정리하니 어느덧 오후 3시, 아이들은 마트에 가서 스티커 북을 사달라며 졸랐다.

“얘들아, 우리 낮잠 좀 자고 나갈까?”

“아아아니, 스티커 북 사줘”

“알았다, 알았어 가자”

잠시만 걸어도 햇볕이 피부를 파고드는 날씨.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모자를 씌워 출발했다. 마트에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이 우리를 반겼다.


‘아이고 시원하다’

마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더위를 피해 구경을 하거나 먹을 것을 사러 나온 듯했다. 2층에서 아이들 스티커 북을 고른 뒤, 1층에서 아이스크림, 과자, 요구르트, 소세지 등의 간식을 사와 나왔다. 평소 같으면 놀이터에서 놀 테지만 날씨가 너무 더운지 놀이터에는 개미 한 마리조차 안보였다.

서둘러 집에 왔고 아이들은 허겁지겁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었다. 행복해하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지만 곧 잔소리로 바뀌었다.

“그만 흘려, 잘 대고 먹어야지”

“옆을 잡고 먹어~”

아이들이 사용한 물티슈만 8장정도 된 듯했다.


목욕을 시키고, 저녁으로 카레를 먹인 뒤 책을 읽으니 아이들의 눈에서 잠이 쏟아진다.

행복이는 카레를 먹을 때 어른 깍두기를 같이 먹더니 이렇게 말했다.

“깍두기가 상큼하니 맛있네?”

요새 행복이는 명언 제조기다. 며칠 전에는 응가를 하는데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나왔다며,

“아빠, 똥이 걸어나왔나 봐요”라는 말로 날 웃게 하더니, 5살인데 참 말을 잘한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놓으니 테디베어를 안고 뿌듯해하며 사랑이는 금새 잠이 들고 행복이도 곧이어 잠에 빠진다. 모두들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나온다. 이제 나만의 시간. 하루에 잠시라도 이렇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쓰니 어느새 7월 26일이네...

keyword
이전 04화나 요리하는 남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