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옥수수 냄새가 온 집 안에 퍼졌어요

<육아휴직169일차>

by 허공


“방금 보니 옥수수 한 박스가 현관문 앞에 와있네”

“응 왠 옥수수?”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길래 같이 샀어?”

“뭐? 꼭 같이 살 필요 있어?”

아내가 회사에서 누가 옥수수를 판매하는데 같이 구매를 했다고 했다. 근데 옥수수 양이 무려 50개가 넘었다.

“엄마, 옥수수 오늘 꼭 안쪄도 되지?

“아니, 오늘 삶아야지”

“응?”

마침 처남의 아이들을 봐주러 오신 장모님을 만났고, 아내는 옥수수 삶는 것에 대해 장모님께 여쭤보았다. 장모님은 옥수수는 바로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놓아야 된다고 하셨다.


“으 어쩌지?”

“오늘 그럼 다 나누던지”

“그럼 엄마네 10개, 동생네 10개, 어머님 댁 10개 이렇게?”

“너무 많지 않아?”

장모님은 하루 종일 아이들을 봐서 힘들어 보이셨다. 곧 처남이 퇴근하러 온다며 처남의 집으로 들어가셨다. 처남과 우리 집은 같은 아파트 단지의 다른 동에 산다.


“윽, 50개가 넘는 것 같아”

“음, 아래 집에도 좀 드릴까?”

“그래, 그럼 6개 드리자”

끈적끈적한 날씨에 하원 후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이미 몸은 노곤해져 있었다. 현관 앞에 있는 옥수수 박스를 열어보자 50개가 약간 넘었다. 평소 아이들로 인한 소음으로 아랫 집에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마침 집에 올라오면서 밑 집 아저씨를 만났고 옥수수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딩동’

‘응? 아무도 안 계신가?’

현관문 앞에 옥수수를 걸어놓고 메모지를 집에서 다시 가지고 와 메모를 남겨 놓았다.


“나, 그럼 옥수수 배달하고 올게”

“응 그래”

장모님 댁과 어머니 집, 처남네 집 3곳으로 옥수수 배달이 시작되었다. 마침 모두 집 근처에 살고 계셔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차에 옥수수를 싣고 먼저 장모님 댁으로 출발했다.


‘딩동’

“아이고, 미안하네, 난 옥수수 정리하느라 시간 좀 걸릴 줄 알았네”

“아니에요, 가까운데요 뭐, 맛있게 드세요 어머님”

“그래, 어서 가”

“네, 어머님 이틀 동안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뭘, 어서 들어가게”


장모님 댁에 옥수수 배달을 완료, 다음은 처남 네 집으로 출발했다.

“매형, 전화 주지 밑으로 내려갔을 텐데”

“아니야, 금방 올라오는데 뭘”

처남 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인터폰을 누르고 올라갔었다. 오랜 만에 보는 처남 얼굴이 반가웠다. 가까운데 살아도 얼굴 보기가 쉽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엄마, 옥수수”

“이게 뭐니”

“응, 와이프 회사에서 옥수수를 샀는데 양이 많아서 나눠서 가져왔어”

“그래”

“나, 15분 안에 주차장 나가야 된다고 해서 얼른 갈게”

“그래, 얼른 가라”

드디어 옥수수 배달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서 나간 지 1시간 10분이 지났다. 배가 고팠다. 평소보다 밥 먹는 시간이 1시간 이상 늦어졌다.


“고생했어, 얼른 씻고 밥 먹어”

“응, 치킨 먼저 먹지”

“같이 먹어야지”

가족들은 밥은 이미 다 먹고, 장모님이 집 앞 치킨 집에서 사주신 치킨은 나와 같이 먹는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 내가 만든 카레를 밥에 비벼 맛있게 먹고 치킨도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이제 옥수수를 삶아야 했다. 아내가 먼저 옥수수 껍질을 벗겼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껍질을 한 겹 남기고 설탕과 소금을 넣어야 맛있다고 했다. 껍질을 남기는 이유는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내가 다듬은 옥수수를 물에 한 번 씻은 뒤 큰 가마솥 냄비에 넣었다. 소금과 설탕을 조금 넣고 물을 부은 뒤 팔팔 끓였다.

30분이 지났다. 5분간 뜸을 들인 뒤 뜨거운 물을 빼고 옥수수를 식히기 위해 다시 전기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아빠 옥수수 냄새가 온 집 안에 퍼졌어요”

“응? 그래 하하하”

“옥수수 먹고 싶다

“응, 양치 했자나 내일 아침에 먹자”

“아빠 옥수수 냄새가 온 집에 퍼졌네?”

“그래, 어서 자자”

둘째 사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아침 식사는 옥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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