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저금통

<육아휴직 161일차>

by 허공

"오줌 쌌어”


처음에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오줌을 다 쌌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야~~~~~~~~~~~~~~~~~~~~~~~~!!!!”


“누가 여기다가 오줌 싸래!”


“오줌 마려우면 화장실로 가야될 거 아니야!”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부터 가 알았어?”


“응.”




둘째 행복이를 아침에 깨우고 일어난 뒤 행복이는 바로 화장실로 가지 않았다. 애들 방에 가서 놀다가 그만 서서 매트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문제는 오줌이 매트 안에 모여 있지 않고 흘러서 책장 밑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노란 오줌이 책장 밑으로 쭉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라와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미 아침부터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고 짜증이 밀려들어왔다.




행복이의 나이도 어느 덧 5살, 기저귀를 땐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행복이는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종종 팬티에 오줌을 싼다. 며칠 전에는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오줌을 싸 침대 커버를 다 벗겨 세탁기에 돌리는 소동도 있었다. 소변을 지린 다음에 부드럽게도 타일러 보고 몇 번 혼도 냈지만 소용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히 화장실로 들어가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 했었다.




“앉아, 빨리 밥 먹어, 아빠 너희 방 책장 들어내야 되니까 얼른 밥 먹고 양치해!”


화가 나 아이들에게 무섭게 얘기했다. 계란찜을 한 뒤 들기름과 간장에 비벼 주었다. 원래는 책을 읽어주며 밥을 먹였지만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책장 밑에 들어간 오줌을 어떻게 처리할 까 고민이 되었다.




책장 밑에 공간이 별로 없어 키친 타올을 넣어보았지만 제대로 오줌이 닦였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결국 책장을 다 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우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다 바닥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3단 책장에 꽂혀 있는 책만 수백여 권, 책을 다 내리고 책장 밑에 있는 서랍장에서 장난감을 다 꺼내니 이미 등은 땀범벅이 되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밥을 다 먹었다.




“빨리, 양치하고 어린이 집에 가”


아이들을 얼른 보내고 정리를 할 생각에 다그치며 말했다. 행복이에게는 몇 번이나 소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라며 잔소리를 했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집에 와서 책장을 들어내려 했으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음부분에 나사와 볼트가 있었다. 전동드릴을 꺼내 분리를 하고 무거운 책장을 옮겼다. 막상 책장을 들어내고 보니 오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미 키친타올에 다 닦여 나왔던지 아니면 말라서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책장 밑을 청소기로 한 번 밀고, 걸레로 닦아 냈다. 선풍기로 바닥을 좀 말린 뒤 다시 책장을 조립하고 책과 장난감을 원래 자리대로 놓았다. 책장 밑에 행복이를 찍은 사진이 한 장 나왔다.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뭔가 주눅이 들어 있는 얼굴을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이가 정말 바닥에 오줌을 싸고 싶어서 싸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어나면 당연히 화장실로 가서 볼 일을 보는 습관을 만들어주지 못한 부모의 잘못은 없을까?




주방에 놓아두었던, 아이가 어린이 집에서 받아온 ‘화 저금통’이 보였다. 저금통은 화난 감정이 느껴질 때 ‘화(플라스틱 칩’를 저금통에 넣어보는 연습을 하라고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물건이었다. 잠들기 전, 저금통을 열어 오늘 몇 번 화가 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화날 때 나타나는 자신의 행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화’ 감정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적혀 있었다.




화 저금통은 아이도 해야 되지만 나도 사용해야 되는 것 같다. 다음에도 또 오줌을 쌀 수 있다. 그 때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까? 이미 엎은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 상황에서 또다시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아이에게 부드럽게 알려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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