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뭇잎이 춤을 췄어요>

육아휴직223일차

by 허공

2021년 9월 13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백팔배를 하고 팔굽혀 펴기 100개를 하였다. 조용한 새벽에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으로 몸을 깨운다. 백팔배를 하면서 마음도 같이 깨운다.

사람마다 몸의 패턴이 다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고 밤늦게 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다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는 의미가 없다. 나에게 맞게 하면 되는 것이다.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일기를 쓰고 블로그와 카페,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힘이 나거나 공감이 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글을 쓰고 책을 조금 읽고 있는데 아이가 깬 소리가 들린다. 첫째 사랑이가 잠에서 깬 뒤 엄마가 공부를 하고 있는 방으로 와서 엄마에게 안겨있다. 아빠보다는 엄마다. 몸은 벌써 초등학생만큼 큰 것 같은데 하는 짓은 아직 애기다. 엄마에게는 아기가 되고 싶나 보다.


곧이어 둘째 행복이도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에 아이들이 8시 쯤 일어난다. 주말에는 늦잠 좀 자면 좋으련만 여김 없이 같이 시간대에 일어나 주신다.

아내와 나는 이미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떡과 두유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했다. 아이들을 위해 아내는 계란소세지와 묵, 김을 반찬으로 준비했다. 아내는 일이 있어 외출을 하고 아이들은 밥을 먹기 시작한다.

“얘들아 밥 먹자 언제까지 먹을래”

밥을 떠먹여주면 금방 먹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먹게끔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1시간이 넘게 밥을 먹었다. 주말이라서 가능하지 평일이면 등원 준비 때문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얘들아 언제쯤 제대로 밥 먹을래?


밥을 먹고 과일, 요거트 등 간식을 먹였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지만 밥을 먹고 바로 간식을 먹는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간식을 동시에 먹는다. 애들이니까 가능하지 어른은 금세 살이 반응을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윙크 학습기기를 틀어주고 잠시 쇼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책을 좀 읽다보니 어느 새 11시 30분, 사랑이가 다가왔다.


“아빠,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탈래요”

“응?”

“자전거 탈래요”

“그래 나가자”

역시 아빠를 편히 쉬게 놔두지 않는다.


“나가려면 양치하고 세수하렴, 옷도 입고”

아이들은 스스로 양치를 하고 옷을 입었다. 사랑이는 혼자 금방 준비를 끝냈고, 행복이는 아직 행동이 느려 천천히 옷을 입고 있었다.

“아빠, 헬멧 쓸래요”

“안 덥겠니?”

“네”

평소에는 헬멧을 안 쓰다가 갑자기 헬멧을 쓰겠다는 아이들, 사랑이는 엄마가 묶어준 머리가 불편하다며 머리끈을 잘라달라고 한다.

“가자 얘들아”

아이들은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간다. 앞에서 뒷짐을 지고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하수구에 떨어진 나뭇잎이 있었다. 바람이 갑자기 불었다. 나뭇잎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하수구를 돌아다녔다. 행복이가 말했다.

“아빠, 방금 나뭇잎이 춤을 췄어요”

“그래?”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와 나뭇잎을 촬영하고 아이들 모습을 찍어주었다. 아직 아이인데 표현이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그네에 태워 신나게 밀어주었다. 행복이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하였다. 근처 상가에 들어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변기가 막혔다. 옆에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변기 뚜껑이 없었다. 아이를 들은 상태에서 오줌을 누게 하였으나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급한 마음에 여자 화장실 쪽을 보니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변기에 앉혀 다행히 오줌을 뉘였다. 진퇴양난에 사면초가였지만 방법은 찾으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준비한 맛있는 국수를 먹었다. 아내와 나는 비빔국수, 아이들은 잔치국수로 먹었다. 산책 후에 먹는 국수 맛이 꿀맛이었다.

평소 같은 일요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그 안에서 인생의 묘미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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