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25일차
2021년 9월 14일, 드디어 화이자 백신 1차를 맞는 날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은근히 불안감이 있었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 엄청 아프지 않을까, 내가 잘못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하지’
고민은 고민을 낳고,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크게 아프거나 사망한 사람들을 주변이나 뉴스에서 봤었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거나 간이 큰 사람 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미국이나 서양에서는 백신을 맞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거부하거나 백신찬반 양측이 서로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을 보았다.
어쨌건 맞아도 불안 안 맞아도 불안이면 맞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화이자와 모더나는 걱정이 덜 되었다.
백신 주사를 맞는 시간은 오후 2시, 점심은 아내와 함께 고기를 먹었다. 백신을 맞기 전에 힘내라고 해서 고기와 밥을 마구 흡입했다. 마치 마지막 고기를 먹는 듯 배를 가득 채웠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아내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자전거를 타고 백신 주사를 맞는 곳으로 갔다. 내가 주사를 맞는 곳은 넓은 전시관에 마련되어 있었다. 입구에 가보니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주사를 맞고 대기를 하고 있었고,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의사들이 각자 임무에 맞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왼팔로 맞으실 거죠?”
“네”
의사인가 간호사인가? 부스에 들어가니 한 여자 분이 간호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조금 아파요, 오늘은 목욕 하지마세요”
주사기 바늘이 왼쪽 어깨로 들어왔다. 잠깐 따끔하고 백신이 몸이 들어왔다. 다른 주사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을 수 있어서 안내대로 의자에 앉아 15분을 대기하였다. 다른 대기자들을 보니 다들 멀쩡했고 몸에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15분이 지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왔더니 백신을 맞았다는 기분 탓인지 왠지 모르게 피곤했다. 쇼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조금 있으면 애들 하원을 시켜야 했다. 아내에게 하원을 부탁하고 조금 더 누워 있었다.
오후 4시 30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오, 사랑이 행복이 왔니?”
“아빠, 아파요?”
“아니, 아프진 않아”
“아빠 아프니까 집에서 쉬세요, 엄마랑 밖에 나가서 놀래요”
아내가 아이들에게 아빠 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나 보다. 조그만 녀석들이 아빠 걱정을 한다. 행복이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기 전 내 볼에 뽀뽀를 한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밖에 나가서 1시간 30분을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먹고 행복이 머리를 말리기 위해 바닥에 앉으라고 했지만 서서 말을 듣지 않는다. 다시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빠, 안 아프지”
“뭐? 빨리 앉아, 머리 말려야지”
잔소리를 하는 걸 보고 아프지 않다고 생각을 했나보다.
잠자기 전에 진통해열제를 미리 먹으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주사 맞은 부위가 약간 뻐근한 것을 제외하고 열감은 없었다.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자기로 했다. 불을 끄고 누웠지만 아이들이 재잘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얘들아, 아빠 백신 맞아서 졸리다. 자야겠다. 자자”
못난 아빠는 애들에게 백신 맞았다고 생색을 내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