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26일차
2021년 9월 15일 수요일, 백신을 맞은 지 2일 째였다. 다행히 열은 전혀 나지 않았다. 몸은 약간 피곤감이 있었지만 크게 아픈 곳은 없었다. 한 군데 통증이 있었는데 바로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였다. 인터넷에서 백신 맞은 느낌을 표현한 짤이 있었다. 어깨가 뜯긴 사진, 어깨를 쥐어 잡고 있는 사진 등 괴로워하는 사진들이었다. 어깨가 뭉치고 근육통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심리적으로 뭔가 불편했다.
오전에도 어깨가 아프다며 아이들 그네를 밀어주지 못한다고 핑계를 댔다. 실제로 밀어보지는 않았으니 핑계는 아닐 수도 있겠다. 밀면 아플 것 같았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이은대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다른 사람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누구라고 말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된다!
어디에 힘을 부여할 것인가?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늘을 형편없이 사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2014년 막노동을 마치고 지인들과 당구를 하다가 당구주인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서 대답을 했다. 그때는 책을 낸 것도 아니고 강의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작가라고 대답했다. 작가가 무엇인가?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사람 아닌가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작가는 무언가 필력이 좋고 상상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에 비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록 최근에 원고를 투고해서 책 출판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바로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라는 말이 가슴을 때렸다. 내가 지금 위대한 작가는 아니지만 매일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하니 작가 아닌가? 내가 나를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내가 나를 작가라고 정의하면 진짜 작가가 된다.
어제는 카카오 브런치에서 몇 달 전에 했던 ‘안데르센 동화 공모전’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공지에 올라오는 게 없어서 내용을 자세히 보니 개별 메일로 당첨자 연락이 간다는 것이었다. 내 메일에는 아무 메일도 없었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동화책을 정독하며 3편의 글을 썼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어쨌건 무슨 공모전이 있으면 한 번씩 도전을 해보고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요새 음식을 자주 하지 않았고 왠지 어깨도 아프다는 핑계로 저녁을 시켜 먹으려고 했었다. 근데 집 밥을 너무 안 한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근처 마트로 갔다. 미역국과 오리고기볶음요리를 하기로 했다. 미역과 소고기를 사고, 오리고기를 샀다. 집으로 와서 냉장고를 봤더니 양파가 없었다. 양파 없이 애호박과 당근만 오리고기에 넣기로 했다.
먼저 미역을 불리고 소고기를 물에 담가 놨다. 아이들이 먹기 쉽게 애호박과 당근을 최대한 작게 다듬었다. 참기름이 없어 들기름으로 미역을 볶고, 다진 마늘을 넣고 더 볶았다. 피를 뺀 소고기를 넣고 같이 볶았다. 물을 1600ml넣고, 진간장 2숟가락과 소금 1숟가락을 넣고 끓였다. 미역국을 끓이면서 오리고기 요리를 시작했다. 애호박과 당근을 먼저 볶은 뒤 오리고기를 넣고 같이 볶았다. 야채를 흐물흐물하게 될 때까지 볶지 않으면 아이들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오래 오래 볶았다.
두 가지 요리를 시작하고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40여분, 이제 미역국과 오리고기볶음 요리 정도는 굳이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한다. 물론 아직 복잡한 요리들은 하지도 못하지만 간단한 요리는 쉽게 한다.
하원 후 저녁 시간, 미역국과 오리고기가 올려진 식판을 보고 아이들이 외쳤다.
“와,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이다.”
“밥 두 번 먹을 꺼에요”
“나는 나는, 밥 9번 먹을 꺼에요”
평소에도 미역국을 좋아했지만 어제는 반응이 더 폭발적이었다. 첫째 사랑이는 실제 2번 먹지는 않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밥을 스스로 싹싹 비워 먹었고, 둘째 행복이는 2번 째 밥을 말아서 맛있게 먹었다.
얘들아 다음에도 미역국 또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