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한복 미리 꺼내 놓을래요>

육아휴직230일차

by 허공

2021년 9월 19일, 와이프가 약속이 있어 점심 쯤 집을 나갔다. 아이들은 늦잠을 자서 아침 밥도 아침 10시 반에 먹기 시작했다. 다 먹은 시간은 12시 정도였다. 프랑스 인들은 2시간 동안 먹는다지만 우리는 한국인이다. 더군다나 프랑스 인들은 밥을 먹으면서 서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이 걸린 다지만 우리 아이들은 딴 짓을 하면서 1시간이 넘는다. 밥 골고루 적당한 시간에 먹는 건 대부분의 부모의 고민일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그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아빠, 한복 미리 꺼내 놀래요”

“응? 사랑아 한복 어차피 내일 입는데 저녁에 꺼내 놓으면 되지 않을까?”

“싫어, 지금 꺼내놓을래”

요새 사랑이는 티니핑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싫어핑’이 빙의된 듯하다. 무슨 말만 하면 싫어가 습관이 되었다. 사랑이는 스스로 한복을 꺼내려고 했지만 결국 옷장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관계로 꺼내지 못했다.


아이들을 자기들끼리 놀게 하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빨래, 어른 빨래 한 번씩 돌리고 건조기도 돌렸다. 점심은 먹기 전 저녁 준비를 미리 했다. 저녁 메뉴는 제일 만만한 요리인 카레였다. 오전에 사온 양파를 고맙게도 와이프가 미리 껍질을 벗겨놔서 일이 하나 줄었다. 양파, 당근, 애호박, 감자를 다듬어 먼저 냄비에 넣고 볶았다. 카레용 고기를 간단히 물에 씻어 야채와 같이 볶았다. 물을 충분히 넣고 카레를 넣고 팔팔 끓였다. 카레는 야채 다듬는 게 90프로인 듯하다.

어느 덧 오후 3시, 전날에 처남댁이 먹으라고 가져다 준 비비고 칼국수를 끓여서 아이들을 주었다. 1인분의 양이 좀 적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간식을 많이 먹어 더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얘들아, 우리 나가서 놀자, 양치하고 어서 챙기자”

“네”

아이들과 함께 오후에는 아파트 단지 내로 산책을 갔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편의점에서 초코렛과 야채 음료수를 사주었다. 다른 놀이터로 이동해서 운동기구를 타고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연휴로 인해 놀이터에 아이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엇, 고양이다”

“어디?”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그네를 타다 말고 고양이를 쫓아갔다. 아이들은 동물들이 제일 신기하나 보다. 고양이는 무서운지 풀 사이에 숨어 눈만 살며시 내밀고 있었다.


“행복아 우리 공룡 놀이터로 가자”

“그래”

아이들은 다시 다른 놀이터로 달려갔다.

“아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응? 아빠는 좀 쉬고 싶은데?”

“하자”

아이들에게 이끌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마지막으로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으로 아이들 카레를 먹인 뒤, 사랑이는 다시 한복을 미리 꺼내놓는다고 했다.

“아빠, 한복 미리 꺼내놓을래요”

“그래”

사랑이의 손을 잡고 아이들 방에서 한복을 꺼내줬다. 사랑이는 한복을 보고 웃더니 방문 손잡이에 걸어놓았다.

“아빠, 내일도 입고, 다음 날도 입어도 되요?”

“그럼, 그래도 되지, 근데 좀 더울 거야, 할머니들 집에 가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자”

“싫어”

싫어핑 사랑아 한복 오전에 안 꺼내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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