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말 이외의 것에 대한 고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을 통해 연결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부모님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족들과 있었던 일에 대해 학교에 와서 교사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의 연결통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통해 부모님은 교사를 본다. 아이들이 선생님 좋다고 하면 올해 담임교사는 좋은 선생님으로 여겨진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을 부모님에게 이야기한다. 부모님은 아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아이가 누구와 친한지, 학급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어떤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지 등에 대해 파악한다.
여기에서 부모님에게 사소한 일까지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물어도 잘 대답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부모님이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봐도 자세히 대답하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다. “재밌어요.”, “그냥 그래요.” 정도의 두루뭉술한 대답만 나와 부모님이 답답해하시곤 한다. 내 아이만 해도 유치원 생활 이야기를 잘 안 한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 부모님의 조금은 답답한 마음에 공감한다.
아이들이 중간 역할을 하는 만큼 학교생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바로 보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 좋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들의 시선’이라는 필터를 끼운 상태로 보는 학교생활이 부모님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학교와 가정 사이에 오해가 빚어지곤 한다. 아이들을 통해서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이들의 말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신뢰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 그 이외의 것에 대한 고려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말’에 대해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른 친구의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누구 칭찬받은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할까? 아니면 누가 혼난 일을 더 많이 이야기할까? 아마도 혼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것이다.
“엄마, 오늘 ◯◯ 숙제 안 해와서 선생님한테 혼났어.”
“오늘 ◯◯랑 △△ 둘이 싸워서 선생님이랑 상담하고 남아서 청소하더라.”
시험을 보고 나서도 나보다 잘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런 말을 더 많이 한다.
“◯◯는 나보다 시험 못 봤어.”
“이번 시험이 어려워서 애들 다 못 봤어. 평균이 60 이래.”
이것은 내 아이의 성격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나보다 못한 친구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된다. 그래야 나는 그보다 낫다는 점을 은연중에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떤 친구에 대해서, 아니면 학교생활에 대해서 안 좋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실제 상황은 어떨지에 대해 조금 더 넓게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쪽 면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자신의 유리한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어떤 일로 교사에게 꾸중을 듣는 일이 있다. 그럴 때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오늘 혼났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안 좋은 일이다 보니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가 다른 엄마를 통해 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며칠 전에 ◯◯ 숙제 안 해와서 혼났다고 하더라.”
아이에게 직접 들으면 덜한데 다른 어머니를 통해 들으면 더 기분 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물으면 아이는 혼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유리한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그러려던 것이 아닌데 선생님이 잘못 알고 나를 혼낸 거야.”
“걔가 먼저 그랬는데 같이 혼났어.”
심지어 선생님이 나를 차별했다는 말이나 하지 않은 말까지 왜곡해서 전달할 때도 있다.
어느 날 학부모에게 저녁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거짓말한 것이 아닌데 거짓말했다고 하셨나요?”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침에 아이가 아파서 등교가 늦는다고 연락을 받았다. 1교시 수업 종이 치고 등교를 했길래 걱정되어 괜찮아졌는지 물어봤더니 아이가 아픈 게 아니라 아침 먹느라 늦게 왔다고 했다. 그래서 아파서 늦는 것은 어쩔 수없지만 밥 먹느라 학교 등교 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고 조금 일찍 오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 가서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정교하지 않은 표현으로 전달됐을 때 교사에게 참 속상한 일이 많다. 아이들 중에 앞뒤 상황을 다 자르고 자신이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나 기분 나빴던 말만 전하는 경우가 있어 오해를 빚곤 한다. 이 아이도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인데, 자신의 등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빴나 보다.
“선생님이 내 말만 안 들어줬어.”
라고 전하는 아이도 있었다. 여러 명이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의 이야기에 반응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에 민감한 아이들은 이렇게 불평불만을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아이의 말만 듣고 교사에게 전화를 하셔서 섭섭해하신다. 일부러 아이의 말에 대답 안 하는 교사가 있을까?
자신의 유리한 면을 강조해서 학생 간, 학부모 간 불화가 커지는 일도 많다. 둘이 싸웠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부모님은 아이의 말만 믿고 학교나 상대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하다가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다. 심각한 경우 별거 아닌 일이 학교폭력 사건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음은 누구나 같다. 아이들도 그런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른도 잘 안 되는 것인데 아이가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가린 채 유리한 정보를 확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이들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상황을 왜곡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 한 번쯤 생각해보자. 말 이외의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