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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Aug 29. 2024

우리 아기가 일주일이 작다고?

7. 지속될 것 같았던 행복

아기집을 본 이후로 남편은 우리 첫아기의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시댁이 집 근처에 있어 자주 방문을 하는데 임신 후로 밑 빠짐 증상이 심해 어머님이 움직이셔도 나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하시지는 않지만 괜히 혼자 눈치가 보여 빨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트박스에서 양가 어른들께 드릴 선물 상자 두 개를 구매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열무'에요~ 우리 내년 6월에 만나요!"라는 편지와 함께 초음파 사진과, 임테기를 넣어서 이쁘게 포장했다.

그 포장선물을 드리는 방법으로 시댁과 친청 차례로 임밍아웃을 했다.

양가 부모님, 가족들 모두 기다리시던 터라 이런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어 참 다행이었고, 참 많이 좋아해 주셨다.


"김서방, 너무 고맙네. 진짜 고마워.."


친정집을 나서는 김서방을 불러 인사하던 엄마의 표정이 참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을 필두로 남편은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고, 나는 16주가 넘고 성별이 나오면 그때 이야기 할 계획이었다.





며칠 후면 심장 소리를 듣는 날이었다.

매번 병원 갈 때마다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피검사 수치만 괜찮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이번 '아기집만 보면 덜 불안할 텐데'


이번 '심장소리만 들으면 진짜 한시름 놓을 텐데'


헤아릴 수 없는 행복 뒤편에는 끝없는 걱정이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도 죽는 날까지 지속될 자식 걱정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다.





6주 차, 태아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우리 열무에게도 심장이 생겼다. 반짝반짝 빛을 내며 뛰고 있는 것을 보니 또 눈물이 다. 아마도 눈물샘 고장인 것 같다. 남편도 울컥하며 가슴이 이상하게 쓸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다.


'우리 열무, 우리 아가, 여전히 잘 자라주고 있구나, 오늘도 너무 고맙다.'





임산부의 경우 임신 8주 차까지 유산 위험이 높다고 했다. 보통은 염색채의 문제이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태아들이 자동 탈락되는 현상이었는데 그건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심장소리를 듣고 난 이후부터는


'이제부터 아기를 위해 걱정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해 보자'라는 다짐이 들었다.


더해 '우리 아기 이렇게 잘해주고 있는데 이젠 내가 더 잘해야지'


'엄마는 지금도 많이 행복한데 우리 열무를 위해 더 행복해볼게'라는 수 없는 약속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엄마는 엄마로서 이미 충분하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고 싶은 욕심 많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천천히이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어느덧 또 2주가 지났다.

8주 차 태아는 초음파에서 곰돌이 젤리처럼 보인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8~9주 차에 젤리 곰 모양으로 태아 인생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 열무도 8주 6일에 병원에 가니 곰돌이 젤리곰처럼 자라 인생초음파를 찍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2주 만에 뵌 담당선생님은 그동안의 나의 안부를 물었고, 나는 별일 없이 너무 잘 지냈다는 대답과 동시에 초음파실로 향했다.


"여기가 뇌이고, 여기가 척추.."


선생님은 그간의 아기 변화를 설명해 주셨고 나는 동시에 열무가 나오는 초음파 화면을 보고 있었다.


'우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응? 그런데 내가 생각한 젤리곰 모양은 아니네, 오늘이 8주 6일이고 내일이면 9주 차인데..?'






초음파가 끝나면 담당선생님과 조금의 면담시간이 주어졌다. 보통은 선생님께서 주차별 태아 설명을 해주시고, 내가 2주 동안 궁금한 것들을 모아 와 질문하는 시간들을 가진다.





"아기가 조금 작은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작은데 아직은 걱정할 건 아니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와서 다시 확인해 보는 걸로 해요. 금방 따라잡는 아기들도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 다음번에 오면 이제 난임센터 졸업입니다. 이제 어떤 산부인과를 가실지 정하고 오시면 됩니다"





'응?!! 우리 아기가 일주일이 작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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