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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Mar 11. 2024

무자식인 신부님께 한 수 배우다!

소소하지만 소소하지만은 않은 나의 이야기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다 보니 오히려 내 자식보다 학교 아이들이 내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자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주말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이번 주도 그랬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새 학기로 인해 한 주가 쓰나미와 같이 밀려드는 각종 업무와 아이들 지도로 정신없었다. 그랬더니 주말을 맞은 내 몰골은 아주 볼만했다. 눈은 붉게 충혈됐고, 혓바늘이 혀 이곳저곳에 돋아나서 쓰라렸다. 한마디로 몸이 '너 제발 좀 쉬라고' 아우성쳤다.


 그럼 뭐 하나.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내 자녀는 제 엄마가 힘들든 말든 자기밖에 안 보인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모습에 마음 졸이며 최대한 맞춰주었는데도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생기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 말을 계속 붙여봐야 어차피 핑퐁대화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고, 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해보려는데 왜 그렇게 안방에 와서 떠나지 않는지. 일부러 화를 돋우는 것 같은 행동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와중에 오늘은 주일이라 성당에 갔다. 부활절 맞을 준비를 하며 판공 고해성사를 봤다.

 신부님께 죄를 고해하려는데 나도 모르게 하루 중 불쑥불쑥 솟아났던 아이에 대한 미운 마음이 떠올랐다. 사춘기 아이에 대해 입을 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쏟아졌다. 고해소에 들어가 울 거라고는 1도 생각지 않았는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사춘기 아이들 다 그렇다며 위로해 주시는 따뜻한 목소리에 붙잡고 있던 속상했던 마음이 봇물 터지듯 눈물로 터져 나왔다. 지금 이 시기는 엄마의 넘치는 사랑(아마도 사랑의 잔소리를 의미?)도 잠시 멈춰두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돈보스코 성인님께서 자녀를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부모의 자녀는 절대 잘못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알려 주셨다. 그 말씀이 너무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고해소를 나와 미사에 참여하는데, 오늘 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고해소에 계신 신부님과 다른 신부님) 판단하지 말고 사랑을 주라는 말씀을 하셨다. 판단하는 것은 쉽고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시 판단을 보류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내 마음이 답답하고 아이를 바라보는 게 힘들었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었다.


 난 판단하려 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며 이건 내 기준에 옳지 않는데, 넌 도대체 왜 이러냐? 하는 눈으로 바라보니 그걸 아이가 모를 리 없었다. 아이는 엄마가 내게 준다는 사랑은 오로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적인 사랑이라고 비난했었다. 아이는 내가 가장 아파할 부분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나는 엄마로서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아이의 마음보다 아이가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더 치중하며 아이를 다그쳤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아이는 지금 격정적인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다. 그런 아이에게 인정받지 못해 속상해하고 내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더 많이 안아줘야겠다.


 미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편의점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달달한 복숭아 병음료를 샀다. 온장고에 있는 따뜻한 것으로 골라 품에 안고 왔다. 그리고 아이한테 말없이 내밀었다.


 내내 내 맘을 아프게 찔러대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다시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요."

 

 그래, 좀 기다려 줘야겠다. 그리고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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