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인생을 창조하라!

- 즉흥 환상곡 -

by 고아함

세월이 흘러도 싫증 나지 않고 들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음악은 단연 클래식 음악인 것 같다. 깊고 풍부한 음률들이 심원(深遠)한 인생과 통하며 공감된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은 쇼팽의 즉흥 환상곡! 피아노로 연주되는 명곡이다. 피아노를 배울 무렵, 그 연주곡을 듣고 진한 감동을 느꼈었는데, 그 여운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지금도 여전히 가슴속에 열정과 감미로운 꿈을 안겨준다.

*사진-고아함*

시작을 알리는 서주의 고음과 중음이 울린다. 이어 알레그로 아지타토 2분의 2박자, 흰건반과 검은건반이 빠른 손놀림으로 현란하게 연주되면 열정적이고 화려한 피아노 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왼손의 여섯 잇단음표와 오른손 고음 16분 음표의 음이 조화를 이루는 선율, 오른손과 왼손의 음형이 교차하는 가운데 리듬이 생기고 듣는 이의 영혼은 활기와 꿈의 나래로 빨려 들어간다.

“너희는 평생을 수고하여 땅의 소산물을 먹고살고, 죽어서는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조주는 선악과를 먹은 죄로 사람의 조상 - 아담과 이브 - 을 에덴동산에서 추방하며 사람의 운명을 이처럼 선고했다. 결국은 우리가 평생의 수고 끝에 ‘흙’밖에 안 된다니, 참 허무하다! 우리의 존재 가치가 겨우 이 것뿐인가? 비탄과 통탄이 스미는 운명 앞에 환각의 술잔을 들이켠다. 그리고 외친다.

‘결코 이렇게 허무할 수는 없다!’고. ‘선악과’를 따 먹었으니 선악을 아는 ‘지혜’는 가지고 있을 터, 그러므로 우리는 그 지혜로 도전한다. 멋진 인생을 위해! 살아있다, 꿈을 꾸라. 영원을 꿈꾸고 멋지게 살아라. 인생을 창조하라! 멋진 인생을 추구하는 격정과 심취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중간부 - d플랫 장조 4분의 4박자 모데라토 칸타빌레 - 감미로운 선율이 매혹적으로 흐른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숲 속의 수목들 사이로 밝게 퍼지는 아침 햇살의 세례를 받는다. 풀잎의 이슬은 구슬이 되어 영롱히 반짝이고 또르르 굴러 떨어지며, 새들은 평화를 노래하고 날개 짓하여 나무를 옮겨 노닌다. 눈망울이 해맑은 어린 사슴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뛰어나와 이슬 머금은 풀잎에 살며시 입맞춤을 한다.

우리는 서로가 유한한 생명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다. 한 줌의 흙이 되어 이슬과 안개처럼 사라진다 해도 가슴속에 고상함과 영원을 꿈꾸었다. 그래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오래도록 사람 사는 세상을 유지해 오지 않았던가.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삶의 질고를 감내했고 내일의 행복을 소망하며 산다.

아름다움으로 외모를 가꾸고 내면의 품격을 위해선 사람의 도리와 바른 가치관 - 윤리, 철학 - 도 정립했다. 그리고 사는 즐거움을 위해 시대를 달리하는 문명과 문화도 창조했다. 영원하지 않은 육신의 생명을 소유한 슬픔과 ‘흙’밖에 되지 못하는 허무 때문에 살아있는 날을 더 보람 있게 보내야 하는 열망이 우수와 감미로움으로 흐른다. 인생의 허무를 초월하여 심신을 가꾸고 생기를 북돋으려는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중간부가 끝나 다시 처음의 주부가 재현되면 곡을 종결짓는 코다는 중간부 선율의 저음부에 회상되어 오래오래 여운을 남긴다. 열정적인 터치에 울려 퍼지는 음처럼 어느 순간에는 그 무엇에 몰두하고 흥에 겨워하다 어느 시점에서는 잔잔한 선율로 그 의미를 재음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내면과 교감된다.


화려한 기교와 감미로운 선율이 돋보이는 ‘즉흥 환상곡’, 쇼팽이 생전에 애지중지하게 여겼던 곡이라는 사실이 실감될 만큼 들을수록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즉흥 환상곡’이라 함은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난 흥취를 형식상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감성과 생각의 흐름으로 작곡한 것인데, 즉흥이라는 가벼움과는 달리 악상이 깊고 섬세하다. 남다른 영감과 낭만도 느껴진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허무를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리라. 살아있을 때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쁨을 나누며,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그 일로 서로 도움을 주며, 심신을 가꾸어 아름다운 향기를 발한다면 한 줌의 흙이 된다한들 그리 서러우랴.

열정은 인생을 긍정하는 마음에서 생기고 가슴속에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한 꿈을 품을 때 행동으로 나타난다. 멋진 인생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을 때 삶의 회의와 우울함이 떨쳐져 삶을 여는 오늘이, 일하는 수고가 즐겁다.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여유로 지금의 삶을 사랑해야겠다.

‘즉흥 환상곡’은 오늘도 영원을 항하며 열정으로 사람들의 귓가에 다가온다. 그리고 감동으로 마음을 두드린다. 멋진 인생을 꿈꾸게 하며…….

*커버/(하)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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