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한 후 떠나는 여행

by 고아함


사람으로 태어나 일하고 살며 수고의 대가로 바라는 행복이다.

그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자연 풍경, 건물, 음식, 사람을 새롭게 만난다.

여행을 한다는 건 인생에 주어진 한 낙(樂)을 누리는 .

즐거움을 느끼는 건 인생에 주어진 축복이다.

즐거움으로 활력을 충전하고 생활을 이어간다.

노랑, 빨간색으로 단장한 산악열차를 탔다. 나무의자에 앉으니 동화 속 기차를 타고 꿈같은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열차는 푸르게 펼쳐지는 조용하고 한적한 초원을 지나 서서히 속력을 내어 융프라우를 향해 질주했다.

초록나무가 가지런히 길쭉길쭉 즐비해 있고 산자락 계곡엔 하얀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내렸다.


산 입구를 지나자 그림 같은 산마을이 펼쳐졌다. 집집마다 창가에는 화사한 예쁜 꽃들이 한 아름씩 피어 있다. 여행자를 환영하고 반기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정돈되고 깨끗한 푸른 초원의 집들이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열차는 속력을 내 경사진 산 철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자, 생동감 있게 풀을 뜯는 소 무리 풍경이 - 다가왔다. 반갑고 정겨웠다. 손을 흔들며 동승자 모두 환호했다.

다음, 사진기를 창가에 대고 ‘찰칵찰칵',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지만 열차는 갈 길이 바쁜 듯 달렸다.

소 무리와 멀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즐거운 기분은 여전해 이어지는 창밖의 풍경을 호기심과 기대로 보았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바위들이 스쳤다. 수목들과 어우러져 우람하게 우뚝 선 모습이 우직하고 멋스러웠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열차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몇몇 외국인 남녀가 배낭을 메고 스틱으로 산을 짚으며 트레킹을 하고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맨발로 흙을 밟고 천천히 걷는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담소를 나누고, 마주 보고 웃기도 한.

느리지만 열차를 타지 않고 건강을 위해 맨발의 걸음을 선택한 그들이 여유롭고 낭만 있어 보였다.

얼마를 왔을까. 산등성 높은 지점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다른 열차로 환승을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멀리 지상에서 보면 여름에도 아득히 하얀 눈을 쓰고 우아하게 신비를 발하는 봉우리!

비록 산악열차를 타고 가고 있지만 직접 오른다 생각하니 위대한 등정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두드드득, 끽 - 열차가 멈춰 섰다. 이어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스핑크스 전망대에 올랐다. 그리고 밖의 하얀 설원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여행자들의 환성이 고요의 만년 설원에 울려 퍼졌다. 순백의 눈이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을 받으며 반짝였다.

서늘하고 추웠다. 바람이 간간히 거세게 불어 하얀 눈가루도 날렸다.

정상에 꽂혀 있는 스위스 국기(빨간색 바탕에 흰색 십자 무늬)가 심하게 펄럭였다. 귀는 멍멍했다. 그렇지만 즐겁게 포즈를 취하고 스위스 국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비의 고산을 정복한 산악인의 기쁨으로 활짝 웃으며 인생을 자축했다.


스핑크스 전망대 안으로 들어갔다. 통유리창 너머로 융프라우요흐와 알프스 영봉을 보니 스카이라인(skyline) 환상이었다.

각도를 달리해 융프라우요흐를 보았다. 거대하고 드넓은 눈과 얼음의 빙산 줄기가 아득히 낮은 고도의 평원을 향해 여러 방면으로 끝없이 뻗어 있었다. 광활하고 웅대했다.


“와!”

감탄사가 나왔다.

자연은 위대했다. 외경심이 일었다. 그 앞에서 자신은 미미했으며 겸허해졌다.

전망대 안 우체국에 갔다. 비치된 엽서에 ‘Top of Europe'이라 박힌 스탬프를 꾹 눌러 찍었다. 기념으로 소중하게 간직하리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기념품 매장에서 귀여운 동물 인형을 유로화로 샀다.

세월이 흘러도 인형을 보면 오늘의 행복이 떠오르리라. 그러면서 수고하는 반복의 일상을 살아내고 또다시 행복을 꿈꾸리라.

알프스 마못

하산하는 열차를 타러 가는 길에 ‘얼음궁전’에 들렀다. 아치 모양의 천장 아래, 자연 투명 얼음인 야생동물 조각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동화 속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펭귄들은 이글루 주변에서 에스키모인과 함께 즐겁게 놀고, 곰 친구는 서서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얼음으로 깃털이 섬세하게 조각된 큰 새는 금방이라도 날개를 한껏 펼쳐 비상할 듯했다. 행복한 기분으로 얼음 인형들과도 정답게 사진을 찍었다.


하산 도중 열차를 환승해야 했다. 그러면서 많은 여행자들과 주치는데 모두 표정이 밝았다.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한 마음은 같았다.


함께 오지 못한 사람이 생각났다.

같이 와서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운 마음을 먼 이국에서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언젠가는 이곳에 와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멋진 장관을 꼭 보기를.

그래서 인생을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날도 있다는 것을 가슴 뿌듯이 느끼기를…….

융프라우의 산언덕은 햇빛 속에서 시원스레 푸르렀다.



*융프라우 : 해발 3,454m, 스위스 베른 알프스(베른의 남동)에 있는 알프스의 고봉이다. '처녀'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우아한 모양이며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가 등산의 거점이다.


스위스 융푸라우 (사진 - 고아함 )

*사진출처 : 커버/중 pixabay, 하 -고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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