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하며 행복하고 싶은 집

by 고아함


어두워진 밤거리에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윽하다.

어린 시절, 고향집에도 아카시아 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가느다란 줄기에 연이어 동글동글한 잎이 무성히 달리고 쌀 튀밥 같은 하얀 꽃이 주렁주렁 맺히던 나무.

줄기의 잎을 훑어내고 반으로 접어 머리카락을 말아 묶으면 신기하게도 파마를 한 것처럼 머리카락이 굽슬굽슬하였다.


아카시아 향기에 려 고항 집 정경이 떠오른다.

부모님과 형제, 나무와 새, 동물, 유실수가 있었다. 고단해도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식탁에 싱싱한 먹거리가 차려졌고, 달콤한 자두, 살구, 복숭아, 청포도, 먹포도, 딸기, 밤, 감 과일이 풍성했다.


청보리가 바람결 따라 일렁이면 드넓은 초원인 양, 송아지가 까만 긴 속눈썹 왕방울 눈을 꿈뻑이며 뛰놀았고, 감꽃이 하얗게 마당에 떨어질 땐 그 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고향집.

풍경은 사라지고 저마다의 삶찾아 떠나왔지만, 밤하늘에 별이 뜨고 달이 휘둥그레지면, 꽃향기로 가슴에 찾아오는 그리운 집.


돌아갈 수도 재현해 살기도 어려운 추억의 집.

그래서 익숙한 고향집 물건이 어느 곳에선가 눈에 띄면 친근하고, 해 질 녘 피어오르는 시골집 굴뚝 연기가 훈훈하고 정겹다.


성장과정 중 시린 아픔이 있었다 해도 산천을 돌아 세월이 흐르면 바래져 그리워지는 집.


편리를 찾아 아파트 생활을 하며 유목민처럼 이사를 다닌다.

그러면서 전원주택, 주말농장으로 고향을 찾지만, 편의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그곳에 안착도 쉽지 않다.


집은 안식(安息)하며 행복을 펼치는 공간이다.

사랑과 평화가 있고, 영혼과 육체가 쉬며, 영원을 꿈꾼다.

영혼과 육체가 함께 땐 땅에서 유형의 집을 찾고, 영육의 분리를 아는 예지는 하늘의 집도 생각한다.


사람의 소유물 중 집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괴로우나 슬프나 몸을 누이고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 .

또다시 기운내 살아갈 힘을 충전하는 .


안식하고 싶은 집은 어릴 적 나고 자란 고향집 일 수도 있고, 생활의 편의와 효율성을 갖춘 집, 넓고 여유로운 럭셔리(luxury)한 집일 수도 있다.

연령과 취향, 경제 여건 따라 선호하는 집의 종류와 형태는 다르지만 안식하며 행복하고 싶은 집인 점은 다.


생(生) 안식할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진출처 : 커버/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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