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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Aug 29. 2024

캠핑도 공부가 필요해

캠핑 에세이


캠핑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레 알게 되는 다양한 캠핑 용품과 용어들이 있다.

하지만 커플캠퍼로서 한쪽이 마니아면 반대쪽은 그냥 따라가기 마련.

다양한 텐트들의 종류와 이름들, 잘나가는 유명 캠핑 브랜드들 정도는 어깨 너머로 배워 안 것들이 많다.

용품 하나 살 때마다 부연 설명을 줄줄이 읊어대는 포토라이님의 tmi 덕분일 게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모르는 단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렉타 타프


1. 기본에 충실한 렉타 타프


우리의 첫 타프가 렉타 타프라는 걸 알았는데 모양에 따라 헥사, 옥타, 윙 타프가 있는 줄은 얼마 전에 알았다. 

렉타는 가장 기본적인 타프이자 4각의 직선으로 되어 있어 사용 면적이 넓은 실용적인 타프라고 들었다. 

폴대 6개를 끼우고 팽팽하게 각 잘 잡아주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믿음직한 타프다.

바람엔 좀 약하지만 한여름엔 이만한 타프가 없다.

그래서 나도 렉타 타프가 제일 좋은 건 줄 알았다.

근데 얼마 후 헥사 타령을 하기 시작하는 포토라이.

아무래도 헥사가 멋이 있다나?


핵사 타프


2. 핵인싸 핵사 타프


캠핑장에선 서로가 서로를 기웃거리기 바쁘다.

멋지게 세팅 된 텐트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따라하고픈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실용성을 주장하던 포토라이는 어디 가고, 디자인적으로 멋짐을 선택하고 싶어 안달이다.

때마침 유니프레임에서 세일을 많이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선 기회는 이때다를 외치며 

적당한 크기의 면으로 된 헥사 타프를 구입했다.

헥사 타프가 오자 또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헥사는 육각형 모양의 타프인데, 폴대를 두 개만 사용해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둥, 

윙 부분을 낮게 치게 되어 바람에도 강하고, 폴대를 추가로 설치하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둥 

이런저런 설명들이 이어졌다.

설치하고 보니 모양은 나름 멋져보였다. 

메인 폴대 부분이 비상하는 새의 모양을 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렉타에 익숙한 나는 윙부분이 낮게 설치되어 개방감이 떨어져서 그런지, 

왔다갔다 하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폴대를 좀 끼워 윙부분을 높이 세우자고 했지만 그럼 모양이 안 나온다고 한사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멋이냐 편리함이냐. 캠핑에서도 이 문제는 갈등의 소지가 되곤 한다.


옥타타프


3.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옥타 타프


자, 이번엔 옥타. 옥타는 협찬을 받아 사용하게 되었다.

8각으로 이루어진 옥타는 윙부분이 삐죽하게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윙부분을 살짝 올려 설치하면 마치 종이학을 보는 느낌을 준다.

옥타 역시 실용성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타프였다. 



4. 오로지 멋을 위한 윙 타프


마지막으로 윙 타프. 

4각의 마름모 모양으로 된 타프인데 실용성보다는 멋을 위해 치는 타프이다.

중앙에 두 개의 폴대만 세워주고 양 옆은 길게 빼서 팩을 박아준다.

그러면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타프가 완성된다.

햇빛? 비? 바람? 다 막아주지 못한다.

진짜 그냥 멋!이다.

그래서 휴양림처럼 그늘 많은 곳에 쳐주면 아주 안성맞춤이다.

멋을 위해서는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잘 참아야 진짜 멋쟁이라 하지 않던가.

캠핑의 멋을 위해 가끔은 실용성을 포기하는 것도 즐거움이 된다.





이렇게 해서 어떨결에 나는 형태에 따른 네 종류의 타프를 알게 되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심리를 반영하듯 네 종류의 타프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크기와 재질을 운운하며 사고 싶은 타프를 굳이 보여준다.


그리고 타프는 비나 햇볕을 가리는 용도로만 쓰이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무 그늘이 많은 곳에서 왜 타프를 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타프를 쳐야 아침에 이슬이 내려앉는 걸 막을 수 있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송화가루나 새똥 같은 것도 막아준단다.

그래서 야외 세팅을 했을 땐 타프를 치는 게 좋다는 논리다.


그리고 타프에는 면과 폴리 재질의 원단이 있는데 면은 텐트와 마찬가지로 결로가 없다는 것.

화사한 느낌을 줘서 감성감성하다는 것이 장점이나 무겁고 내수압이 좀 약하며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내수압! 이게 무엇이냐. 

텐트가 비에 견딜 수 있는 힘 같은 걸 수치로 표기한 거다.

당연히 숫자가 높을수록 비에 잘 견딘다는 뜻. 하지만 숫자가 높을수록 두꺼워지고, 가격도 올라간다는 사실.

마치 컴퓨터 조립할 때 부품이 좋을수록 본체 크기가 커지고,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캠핑을 하다보니, 유튜브까지 하다보니 이런 전문 용어들을 모르면 말을 버벅거리게 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전문 용어는 사람을 있어보이게 하고 고수다운 느낌을 풍기게 한다. 

뭐 이왕이면 고수다워 보이는 게 당연히 멋있어 보이니 공부는 좀 해야한다.

그리고 한여름엔 블랙코팅이 된 타프를 사용하는 게 좋다. 

타프 안쪽이 블랙코팅 되어 있는 걸 말하는데, 블랙코팅이 되어 있으면 햇볕이 완전 차단되어 

시원한 나무 그늘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조금 칙칙하고 어두운 건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여름엔 블랙코팅이 필수요소이다. 

자, 그러고 보니 캠핑 5년 만에 타프에 대해선 웬만한 박사가 된 듯하다. 

텐트에 따라 날씨에 따라 어떤 타프가 어울리고, 왜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타프가 필요한 지 알았으니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마니아인 남편이 하는 대로 캠핑을 하다가 

이제는 나도 아는 게 좀 많아져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니, 의견조율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무개념으로 따라다니는 캠핑에서 주체성을 갖고 즐기는 캠핑은 다른 것 같다. 

제품 하나하나가 어떤 재질로 되어 있고 왜 가격이 사악했는지 그 이유도 납득이 되며 

개발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들인 경우엔 그 노고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알수록 부족한 게 많다고 느껴져서 갖고 싶은 게 더 많아질 테니 아는 게 병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지름신은 적당히 조절하면 되는 것이고, 캠핑에선 모르는 게 바보가 되는 길이다. 

캠핑을 지혜롭게 제대로 즐기려면 텐트, 타프, 침낭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떤 분야든 공부는 허술한 나를 단단히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IT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달라진 삶의 방식 앞에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 수 있음을 느낀다.

키오스크 주문도 처음엔 귀찮고 두렵지만 배우고 나면 별 게 아니고, 

은행업무도 인터넷으로 할 줄 모르면 힘들고 괴로운 세상이다. 

하지만 그 어렵다고 느끼던 것을 하나 둘씩 알아가면 세상 앞에 내가 당당해진다. 

아는 게 병이 아닌 힘이 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내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나는 캠핑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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