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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Jun 11. 2023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겠다 마음먹으니

언제부터였을까?

결혼이 목표가 된 건.



대한민국에 살다 보면 '보통의 삶'이란 게 명확히 정해져 있어 그대로 가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학창 시절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 또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사는 것.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세상.


지금은 세상이 조금(많이) 바뀌어서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아이대신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막상 정해진 틀대로 살지 않으면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나도 그랬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갔고

하고 싶은 게 뭔진 모르지만 일단 취직을 했고

그다음 순서는 당연히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목표는, 결혼?


다음 목표가 결혼으로 정해지니 결혼을 하지 않는 내가, 아니 못하고 있는 내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평생 뭔가 대단한 목표는 세운 적은 없어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걸 못한 적이 없는데, "왜! 나는 결혼을 못하는가?".



결혼이란 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싶고 평생 함께하고 싶을 때 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하지만 거꾸로 결혼을 하기 위해 적당한 사람을 만나는 행위가 되어버리니 그 '적당함'이란 무엇인지, 어느 선까지 타협을 보아야 하는 건지 스스로 늪에 빠진 것만 같았다.


"이 정도는 괜찮아. 결혼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님에도 이 정도면 괜찮다며 스스로를 세뇌시켰고 결과적으로 결혼을 못하고 헤어지게 되면 절망에 빠져버렸다.


대체 결혼할 사람은 언제 나타나는 건지,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싶은 마음에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려버렸다.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가 봐.'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고쳐나갔다.


'내가 왜 결혼에 집착을 했지? 나 혼자서도 잘 살고 좋은 사람이랑 예쁜 사랑하고, 그러다 헤어지면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겠지. 그 시간들을 모두 사랑하고 살지 않으면 지금의 내가 너무 아깝잖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많은 사람과 소개팅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쿨하게 돌아서고 그럴 수 있다며 편하게 생각하게 된 건.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사실 포기는 권장할게 못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포기가 두려워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을 붙잡고 있으면 좋은 쪽으로 나아갈 기회도 생기지 않는다.


살면서 실패란 것을 별로 겪어본 적이 없는 나로선 '결혼을 실패했다'는 결론으로 도달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왜 남들 다 하는 걸 나는 못 하는 건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놓아버리면?


결혼을 목표에서 지워버리면 난 실패한 사람이 아닌 다르게 사는 사람이 되는 것!


결혼을 꼭 해야만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니 남자를 보는 눈도 180도 변했다.


이젠 취집을 갈 사람이 아닌 '진짜 내 파트너'를 찾게 된 것.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나 지지고 볶고 치열하게 만나고 싶었다. 내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깨부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사람.


결혼을 위한 적당한 직장이 없어도, 집이, 혹은 차가 없어도 아무 상관없었다. 함께 하는 시간을 행복하게 채울 수만 있다면.



"결혼 생각 없어" 하고는...


신랑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너 나랑 만나는 초반에는 저런 말 엄청 많이 했어. 결혼할 생각 없다고 ㅋㅋㅋ"

나를 놀리는 맛에 푹 빠져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평생 들을 것 같은데 사실이라 부인할 수도 없다.


아마 자기 방어 차원에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지만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결혼을 위한 연애를 하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더랬다. 그랬었던 것 같다. 그냥 순수하게 너라는 사람이 좋아서 만나고 있는 거니까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의미에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언제든 떠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슬프지만 그때의 난 그 정도로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떠날 거면 내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이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고, 왜 그러냐며 나무라지도 않았으며, 끝까지 내 곁에 있어주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니 상대도 나를 사랑해 주더라.


상대방의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정말 내 가치관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같은 방향을 보고 비슷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런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건데?!"


나는 혼 전 수많은 사람들과 소개팅을 했다. 남이 시켜주는 소개팅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찾아 나선 소개팅 말이다.


요즘은 소개팅 어플이 참 잘 되어있다. 단순히 사진만 보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가치관과 맞는 사람을 매칭해 주는 어플들.


그 안에서 대화를 하며 내 기준에 부합한 사람을 찾고 또 찾았다.


결혼은 안 하겠다고 마음먹어놓고 이 짓은 왜 했냐 싶겠지만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겠다는 목표는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아도 헤어짐 없는 만남은 늘 원했으니까.



그렇게 땡전 한 푼 없는 것 같은 남자를 만났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함께 오른 한라산, 지리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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