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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Jun 08. 2023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았다.

혼자 설악산에 오르다

평생 혼자 있는 걸 두려워했더랬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 늘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났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남자친구가 함께 해주길 바랐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산'.


등산, 하면 보통 '불륜'이나 '동호회'를 많이 떠올리는데 생각보다 혼자 등산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산에 혼자 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등산을 하게 되면 아주 오랜 시간 걷고, 또 걷는다. 홀로 그 긴 길을 걷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또 하나. 길고 힘든 코스를 혼자 해낸 뒤의 성취감은 내면에 있는 나의 존재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레벨업이랄까?



안내산악회로 혼자 설악산에 가다.


서울에는 '안내산악회'라는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있다. 전국의 산 어디든 미리 예약만 하면 버스비만 내고 다녀올 수 있다. 사당에서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타면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준다. 그리고 하산 후 정해진 시간에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


동호회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소개를 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인사치레 또한 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날짜에 좌석만 예약해서 다녀오면 되고 혼자 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혼자인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렇게 혼자 설악산에 다녀왔다.


저녁 11시 30분. 사당역에 도착하자 버스가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 내가 선택한 산악회의 '설악산'차량을 찾아 승차한다.


"민듕님?" "네~"


그것으로 인사는 모두 끝난다.


새벽 3시 30분,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랜턴 하나만 들고 등산을 시작한다. 계단 2개를 합쳐놓은 듯한 가파른 돌계단을 호흡을 후- 후- 내뱉으며 하나씩 오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땐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지체 없이 발걸음을 옮겨본다.


1시간쯤 지났을까?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정말 평탄한 길 하나 없이 2시간 30분 내내 오르는 지옥의 코스. 이미 5시 일출시간은 지났지만 쉬지 않고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전진하다 보니 영영 나오지 않을 것만 같던 끝이 보인다.


설악산 정상에서.


정상에 오르자 그림 같은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한 바가지쯤 흘린 땀이 해발 1708미터의 세찬 바람을 맞고 알알이 소금이 되는 느낌이 묘하게 기분 좋았다.


멋진 풍경을 함께할 사람도,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으니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큰 일을 해냈다는 마음은 내 가슴을 뭉클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누가 함께 해주지 않아도 혼자 다 할 수 있잖아?'


누군가 꼭 내 옆에 있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남자친구가 같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어렸구나 싶었다.



혼자와 함께의 균형

가끔 혼자인 게 지치고 외로우면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올랐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그 외에는 혼자 다니며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한도 내에서 최대한 혼자 시간을 보냈다.


너무 함께하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약속을 잡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갑작스레 외로움이 찾아온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네..'

이런 생각이 우울함이 되고 우울함은 자존감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혼자서 잘 지내다 보면 나 하나로 완전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타인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사라진다.



자존감(自尊感):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면 저절로 모든 기준은 '나' 자신이 된다. 나를 깎아내리면서까지 타인과 함께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그래도 이 사람 아니면 같이 놀아줄 사람도 없으니까'라는 어쭙잖은 이유로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일 또한 없어진다.



잃어버린 자존감, 되찾을 수 있다.


나는 결국 이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앞선 6개의 글에 걸쳐 내 과거를 들려준 것일지도 모른다.



공부만 하느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던 학창시절,

엘리트들 사이에 끼어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대학시절,

목표도 없이 그냥저냥 회사에 적응했던 직딩시절,


그 모든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행복도, '나'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존감 높이는 방법

1.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찾아라.


이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나는 지금도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고 하면서 행복한 일이 어떤 게 있는지 끊임없이 찾고 있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직장생활과 관련 없는 일들을 꾸준히 해보자.(혹은 직업과 관련된 것도 좋다) 그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면서도 돈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생긴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은 내 마음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준다.


2.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라.


혼자라고 해서 꼭 아무도 없는 곳에 있으란 얘기가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임도 좋고 뭔가를 배우는 클래스도 좋다. 혹은 서점에 혼자 앉아 책을 읽어도 좋다.


혼자서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은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사람은 어딘지 모를 자신감을 풍긴다.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독립심을 길러야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있다.


3. 질투를 멈추고 타인을 믿어라.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의 나는 항상 타인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의심했다.


'부모 잘 만나서 뭐든 쉽게 하는 거겠지.'

'결국 저 사람도 날 떠나갈 텐데 뭐.'


이런저런 의심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차니 자연스레 어느 누구와도 진짜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가게 만드는 건 결국 나라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자존감이 높아지니 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나랑 많이 놀아주는 사람', '돈도 많고 잘 나가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했다. 내가 혼자서 완전하지 않으니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다.


나랑만 놀아주는 사람은 집착이 있고, 돈도 많고 잘 나가는 사람 앞에선 내가 위축되었다. 결국 이 두 관계 모두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대등하고 건강하지 않은 관계는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없다.


아마 나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잘 나간다는 남자들 앞에선 위축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위축이 되지 않는 상대를 찾아야 하는데, 내가 위축되지도 않으면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란 대체 무엇일까?



다음 편: 나만의 이상형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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