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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Jun 18. 2023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을 원하는 걸까..?

이상형 찾는 법


아마도 내 인생의 전환점은 '퇴사'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때부터 내 인생은 조금씩 변화했다.


알면서도 묵인했던, 나와 맞지 않는 조직생활을 청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갔다.




관심도 없는 예쁘고 비싼 옷, 명품 가방을 사들이는 것을 멈추었다.


직장에 다닐 땐 왜 그렇게도 남들 가방이 눈에 아른거리는지. 명품백이 없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몇 백만 원짜리 가방을 메고 다니면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입는 옷이 운동복이라 명품백을 들 일이 없어진 것이 너무 행복하다.


일을 할 때 입는 룰루레몬(운동복계의 샤넬, 티셔츠는 6-10만 원, 바지는 10-20만 원 정도 하는 )을 사는 것이 내 유일한 사치가 되었다.


혼자인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늘 타인들 틈에서 북적북적하게 있어야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주말에는 무조건 약속이 있어야만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누군가가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씩 견딜 수 있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나갔다.

이때의 난 클라이밍,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 또한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내 기준을 양보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 이혼을 했다. 번듯한 사업가와 으리으리하고 행복한 결혼을 한 그녀를 부러워했지만 결과는 이혼이었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들을 되짚어보면 "그러면 안돼. 아닌 척해야지!" 등의 말들을 자주 했었다. 스스로를 감추면 결혼에 골인은 할 수 있지만 그 뒤에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방면에서 내게 맞지 않는 조직생활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아마도 여전히 나를 '보통의 기준'에 끼워 맞추고 있었을 테니까.


연애 또한 그랬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남자친구 뭐 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회사 다니는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해야만 할 것 같았으니.


하지만 나는 점차 모든 시선, 낮은 자존감 등에서 모두 초월해 나가고 있었다.


https://brunch.co.kr/@mindoongmj/31


이 시기의 나는 누구 한 사람 대충 사귀지 않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끊어버리는 매정한 여느 30대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이 변해있었다. 더 이상 상대에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해졌을까?



나는 나로서 완성된다는 믿음



남자친구가 나를 결정한다 생각했던 과거의 나와는 달리 나는 나 혼자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나처럼 제멋대로인 여자는 차라리 내가 돈 버는 게 속 하지.'


남자 덕을 보려는 생각을 버리니 아무리 잘난 남자들도 나와 맞지 않으면 하찮은 존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난, 어떤 사람이지?


가장 중요한 질문에 도달했다. 내가 나로서 완성이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사소한 것도 모두 적어보기로 했다.


- 머리가 좋다.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머리가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 영어를 잘한다.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외국인과 무리 없이 대화할 정도는 된다.

- 운동을 잘한다. 보통의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반인 여성 상위 1% 안에 든다고 자부한다.

- 게으르지 않다. 잠이 많기는 하지만 절대 게으르지 않다. 비어있는 시간에 뭐라도 하려고 한다.

- 사치를 싫어한다. 돈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떵떵거리기 위해 돈을 쓰는 건 싫다.

- 쉴 때는 곰 같다. 부지런하게 살다가도 자유시간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애니만 볼 정도로 곰 같다.



그리고 그에 맞는 남자상을 적어보았다.

만약 이에 맞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혼자 살 각오가 되어있을 정도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책을 많이 읽었건 공부를 잘했었건 뭔가 내세울 만한 게 꼭 있어야 한다. 학벌이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 영어를 할 줄 안다.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은 싫었다. 영어권 국가에 놀러도 가고 여차하면 가서 살 수도 있어야 할 텐데 '난 영어 못해서 싫어.'라고 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 운동을 많~이한다.

대충 깨작거리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나처럼 죽을 만큼 운동해 본 사람이어야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나도 그를 인정할 수 있다.

- 게으르지 않다.

회사, 집만 오가는 사람은 죽어도 싫다. 다양한 걸 좋아하는 나처럼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사치를 싫어한다.

명품을 좋아하거나 돈 쓰는 데에 있어서 허세가 있는 사람은 싫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돈이 될 거니까.

- 조용히 쉬는 걸 좋아한다.

부지런히 지내다가도 쉴 때는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 등 가만히 있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쉬고 싶은데 자꾸 나가자고 조르는 것도 곤욕이다.



나랑 똑같은 사람을 찾기 위해선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찾았다! 이런 사람!





과거 나의 기준은 이랬다.

1. 키 175 이상

2. 나이에 맞는 평균 연봉 이상

3. 서울 유명 4년제 대학 졸업

4. 나한테 돈 잘 쓰는 남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했다.

키야 뭐 나보다만 크면 되고, 괜찮은 연봉받고 회사 다니는 남자들은 그만큼 헛짓거리도 많이 한다. 유명한 4년제 대학 졸업하고 직장도 괜찮으면 시어머니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탐탁지 않을까? 나한테 돈 잘 쓰는 남자는 밖에서도 펑펑 쓰고 다니니 주머니가 줄줄 샐 건 불 보듯 뻔하다.


일본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한 여자가 말한다.

"만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고대 왕인데요! 돈, 명예, 외모 삼박자를 다 갖춘 남자는 역시 모두의 이상형이겠죠~?"


지금 자신이 찾는 남자가 저런 남자라면 모두의 이상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 터.


그리고 그 남자도 알고 있다. 제가 잘났다는 걸.


코미디 무대에 자주 등장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유명 래퍼 Jay-Z가 부인한테 "shut up!"이라고 했다고.

그러자 사람들은 "음~ Jay-Z 정도라면 그럴 수 있지"라며 동조했다.

하지만 그 부인은 무려 Beyonce. 그녀는 "get the fxxk out!"이라고 응수했고 남편이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한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남편한테 꿀리지 않으려면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자. 남자 덕 보고 살라고 생각하면 진짜 "shut up" 입 다물고 살아야 할 수 있다.



이상형을 어디서 만나요?


요즘은 소개팅 어플이 엄청 잘 되어있다.


예전엔 "어플로 만나서 결혼했어~"라는 사람을 보면 정말 만날 데가 없었나 보다, 그게 아니면 애인을 만드는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내 이상형을 눈앞에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찾는 것부터가 대충 끼워 맞추기의 시작이 된다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



선택지가 5명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1번~5번까지 순서대로 만날 기회가 있다.

지금 만난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다시는 그 사람을 선택할 수 없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야만 한다.


1번. 60% 정도 마음에 들지만 40% 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4명의 선택지가 있으니 과감하게 선택을 포기한다.


2번. 첫 번째와 비슷하게 마음에 들지만 왠지 첫 번째가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하고. 확 와닿지 않는다. 다음 3명의 선택지가 남아있으니 선택을 포기한다.


3번. 마음에 드는 정도는 반반,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둘 뿐이니 신중해야 한다. 뒤로 갈수록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여전히 딱 마음에 와닿지 않아 그냥 넘긴다.


4번. 3번보다도 별로인 사람이 나왔다. 하지만 이걸 어쩐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5번이 더 별로일 수도 있으니 이제 정말 신중해야 한다. 자꾸 만나다 보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며 타협을 한다. 5번은 만나지 않고 4번으로 최종 선택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이렇게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릴 때 만난 사람이 더 나았다고, 이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을 거라며 타협을 하는 만남. 혹은 5명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 독신으로 살아보자~하며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혼자 사는 것보단 둘이 낫지 않을까?


5명이 아니라 10명, 20명, 계속해서 만나다 보면 내 짝은 무조건 있다.


나는 결혼정보회사는 이용해 보지 않았는데 마치 저 위의 상황과 같다고 하더라. "자, 지금부터 20명 만날 기회를 줄게. 이 중에서 골라 봐."


상대의 성향은 어떤지가 아니라 상대의 "조건"이 나랑 맞는지를 보고 시작하는 만남. 이런 자리에서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진짜 조건 하나도 안 보고 성향만으로 매치해 준다고 하면 그 회사는 망하지 않을까? ㅎㅎ (부모님들이 떠밀어서 가입하는데 부모님들 마음에 안 드는 조건이면 환불을 요구하겠지)


결론적으로, 내 성향에 맞는 사람을 찾아야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착한 며느리인척, 잘난 와이프인척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서로가 맞춰가며 살기만 하면 되는 것.



정말 성향만 보고 만난 신랑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등산 짝궁


혼자 오르던 설악산을 같이 올라준 신랑. 역시 남이 찍어준 사진이 더 멋있다


[혼자 오른 설악산]

https://brunch.co.kr/@mindoongmj/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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