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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자 Dec 16. 2023

인트로 4

도모지

Scene # 7. 현재 10년 전, 부대 사무실 (Scene # 3으로 돌아감)


최정현은 대위 진급 이후, 별 탈 없이 소령까지 진급하였고

지금은 결혼해서 1남 1녀를 둔 아버지가 되었다.

올해는 중령 진급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1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늘 중위 때 연대장이었던 

김기락 대령의 아버지 부고를 동기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최정현은 고민했다.


조문을 가게 되면, 지난 일이긴 하지만 김대령의 딸 태영과 마주칠 수 있어

서로 어색하고 민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 중위 때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라도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본인에게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조문을 가지 않으면, 중령 진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령이 진급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고민 후 결국, 최정현은 진급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업무가 끝나자마자, 충북 영동에 있는 조문 장소로 차를 몰았다.



Scene # 8. 도로 위, 차 안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저녁 겸으로 라면을 먹고

다시 출발한 지 한두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퇴근 후 피곤한 상태에서

저녁을 먹고 나니 더 졸렸다.


억지로 참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산골 고갯마루가 나왔다. 길은 점점 꼬불꼬불해지고

도로 좌측 편은 계곡이 있어 낭떠러지였다.

산골이라 가로등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차는 꼬불꼬불 도로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도로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졸음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껌도 씹고 음악도 틀었다. 소용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쿠쿵'소리와 함께 화들짝 놀랐다.

깜빡 졸았는지 뭔가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급정거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신이 혼미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최정현은 차를 약간 후진시킨 후 앞을 보니

어떤 남자가 차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앞쪽을 바라보던 최정현은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남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움직임이 없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불빛 하나, 차가 오고 가는 불빛조차도 볼 수 없었다.


시체를 더 볼 수가 없었던 최정현은 고개를 돌렸다.

최정현은 순간 생각했다. 119를 부르면 살릴 수 있을까?

남자가 죽었다면 나는 과실치사로 기소되고, 중령 진급은 물 건너간다.

어차피 군 생활도 마지막이 되고, 연금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이제까지 승승장구해서 이렇게 왔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최정현은 결심을 한 듯, 재빨리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를 더 뒤로 후진했다.

쓰러진 남자가 거의 도로 중앙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그가 없는 쪽으로 빠져나가야만 했다.

서서히 차를 앞으로 몰았다.


차가 그 남자 옆을 지나가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났다.

머리와 얼굴에 피가 범벅이 되어 차량 범퍼를 잡고

보닛 위에 손을 들어 올리며 몸이 쓰러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최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엑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좌측 낭떠러지 쪽으로 밀고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자

그 남자는 도로 밖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최정현의 차는 내리막길을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초승달이 그 차를 비추고 있는 줄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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