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랑자 Dec 23. 2023

인트로 5

도모지

Scene # 9. 도로


차는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달려 도로변에 섰다. 

차 안에서 최정현은 핸들에 얼굴을 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제길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하필 진급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정말 재수도 없네'

'김대령은 나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야'


그리곤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플래시를 찾았다.

차 앞쪽으로 다가가 본넷과 범퍼를 비췄다.

본넷에만 피가 흥건했다.

최정현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트렁크로 갔다.

얼마 전 마트에서 구입한 워셔액 2통이 있었다.

세차 타월과 워셔액 2통을 차 앞으로 가지고 갔다.

워셔액을 본넷과 범퍼에 뿌리려고 하는 순간 생각했다.


'씻은 핏물이 바닥으로 흐르면 나중에 의심받을 수 있어'


플래시로 주변을 둘러봤다.

차 오른편으로 개울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몇 미터 앞에 개울로 내려가는 좁은 도로가 있었다.

최정현은 차를 몰아 최대한 개울물 가까이 차를 댔다.


차에서 내려 워셔액 2통을 본넷과 범퍼에 부었다.

다시 그 통에 개울물을 담아 다시 뿌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차에 있던 세차 타올로 닦았다.

닦은 후 플래시를 비춰 보았다. 

다행히도 오른쪽 라이트 부분에만 작은 금이 가 있었고

다른 곳은 부서진 곳이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상태를 확인한 후 차에 탔다.


지금 다시 조문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너무 불안했다.

최정현은 조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려면 아까 사고현장으로

다시 가는 길 밖에 없었다.


최정현은 생각했다.

'현장의 흔적을 확인하고 대충이라도 지우고 가야겠어'

차에서 내려 빈통에 다시 물을 가득 채웠다.

차를 집 쪽으로 몰았다.


오르막을 한 참 오르다 보니 도로변에 무슨 흔적이 같은 것이 보였다.

여기구나 생각하고 차를 세웠다.

차에 부딪힌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는 관심 없었다.

오로지 도로변의 피와 흔적만 지울 수 있으면 됐다.


최정현은 차에서 내려 물통을 들고 도로변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생각보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피가 많이 없었다.

아스팔트 옆 노견 쪽에 풀이 난 지점에 혈흔이 보였다.

물을 부어 아스팔트 혈흔을 지우기 시작했다.

물을 붓고 차에 있던 세차 타올로 바닥을 닦은 다음,

풀이 난 곳에 나머지 물을 부었다.

발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했다.

플래시를 비춰보니 대충 닦여진 듯했다.

자세히 보지만 않는다면 흔적을 발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흔적을 지운 후, 낭떠러지 쪽으로 향했다.

플래시를 낭떠러지 아래로 비췄다. 아래쪽까지 보이지 않을 만큼

계곡이 깊었다. 


최정현은 계곡이 깊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정현은 차에 탔다.

'천운을 믿어 보자. 들키지 않고 시간만 흐르면 해결될 거야'

그리곤 차를 몰아 급히 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이 있는 곳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