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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자 Jan 07. 2024

인트로 7

도 모 지

Scene # 12. 대대장 사무실 등


최정현 소령은 그 해 중령으로 진급에 성공했다.

진급 후 야전부대 대대장으로 부임했다.

대대장이 되자 월급도 많이 올랐고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부러운 시선과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승승장구를 위한 터전을 더욱 공고히 하자'

대대장 근무 중 오로지 대령 진급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하는데 전념했다.

같은 출신과 주변 선후배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선후배의 와이프들 경조사, 생일까지도 모두 관리하며

선물과 식사 공세를 엄청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돈이 많이 들어갔다.

자신이 받는 월급의 반은 생활비로 서울에 있는 와이프에게 보냈고

나머지 반은 접대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돈이 늘 부족했다.


하루는 대대의 재무를 담당하는 중위인 재정장교를 방으로 불렀다.

최정현 : "재정장교, 요즘 대대 업무추진비 남은 게 얼마나 있지?"

            "그리고 내가 또 쓸 수 있는 돈은 뭐가 있냐?"

재정장교 : "예 대대장님. 업무추진비는 100만 원 정도 남아있고, 병사들에게 쓸 수 있는

               기타 운영비가 100만 원 정도 있습니다."

최정현 : "그렇군, 그 외 내가 또 쓸 수 있는 돈은 없나?"

재정장교 : "나머지는 부대시설 보수, 개선비와 장비 및 물자 구매비 정도가 있습니다."

               "모든 돈은 영수증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대장님 개인적으로는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최정현 : "그건 나도 알아. 인마, 필요한 건 내가 알아서 쓰고, 영수증만 잘 처리하면 되지?"

재정장교 : "그래도 개인적으로 쓰시는 건 나중에 큰 문제가 됩니다. 오히려 대대장님께

                불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정현 : "알아. 인마. 내가 군생활이 몇 년인데 그걸 모르겠냐?"

            "내가 잘 처리할 테니 쓸 수 있는 부대카드 확인해서 내 방으로 가져와라."

재정장교 : "그렇지만, 대대장님...."

최정현 : "너 인마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너 앞으로 진급 안 할 거야?"

             "지금 대대장 말을 무시하는 거야?"

재정장교 : "대대장님, 그래도 이건...."

최정현 : "그래도 이 자식이 말 귀를 못 알아 쳐 먹네"

            "당장 나가 인마, 너랑은 완전히 끝이야"

재정장교 : "아 아닙니다. 대대장님.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최정현은 부대카드로 밤마다 선후배들을 불러 모아 식사와 술 대접하는 데 사용했다.

친한 단골 식당 주인과 친분관계를 만들고 서로 짠 다음,  

비용은 모두 부대 회식으로 영수증을 처리했다.

마치 병사들의 격려식사를 하거나, 부대 간부들 격려비로 사용한 것처럼 꾸몄다.

몇 달이 지났다. 그러자 서서히 부대에서 소문이 흘러나왔다.


어느 날 기무부대의 기무실장인 김대현 상사가 대대장실로 찾아왔다.

기무부대는 이미 최정현의 첩보를 조금씩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무실장: "충성, 대대장님. 안녕하십니까?"

최정현 : "아이고, 우리 기무실장님 아니십니까?" "그동안 잘 지내셨죠?"

기무실장 : "예 별일 없으시죠?"

최정현 : "그럼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무실장 : "요즘 퇴근하고 주로 뭐 하십니까?"

최정현 : "아 예, 주로 집에서 TV 보고 책도 읽고 특별한 일 없이 지냅니다. 하하"

기무실장 : "아 그래요?, 제가 듣기로는 요즘 대대장님 야간 활동이 많으시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요?"

최정현 : "아 아 그래요? 제가 무슨 그런 활동을..."

최정현은 말끝을 흐렸다. 기무실장은 대대장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둘러둘러 얘기했다. 그러자 최정현은


최정현 : "실장님, 오신 김에 오늘 저녁에 뭐 하세요? 저랑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기무실장 : "아 아닙니다. 제가 좀 바빠서요."

최정현 : "아이 왜 그러십니까 실장님. 우리 사이에 하하"

            "제가 긴히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그러는데 시간 좀 내 주시죠?"

기무실장 :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그냥 여기서 말씀하시죠?"

최정현 :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해야 제가 말씀드리는데 편할 듯합니다."

기무실장 : "아닙니다. 할 말 있으시면 여기서 하시고, 아니면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최정현 : "아이 왜 이렇게 빡빡하게 말씀하십니까?, 우리가 그런 사이입니까? 하하"

기무실장 :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기무실장은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갔다.

최정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책상을 주먹으로 '쾅쾅쾅' 내리쳤다.

'이 새끼가 나를 무시해?, 육군 중령을 정말 우습게 아네, 

이 자식은 가만 두면 안 되겠어, 잘못하다간 내가 다치게 생겼어'


최정현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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