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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자 Nov 22. 2023

마당을 쓸고 아침을 먹던 여유

정치인 욕하지 마라

여러분께 질문해 보자.


1. 나는 슬쩍 법을 어기더라도 타인이 그러면 욕한다. 

2. 나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무렇지 않아도 타인은 내게 그러면 안 된다. 

3. 나는 운전할 때 교통신호를 슬쩍 무시해도 되고 다른 운전자가 그러면 

   저절로 욕이 나온다. 

4. 나는 어쩌다 무단횡단해도 되고 내 아이들은 그러면 안 된다. 

5. 내가 사는 아파트 가격은 오르면 되고 다른 지역이 오르면 문제라고 욕한다. 

6. 내가 선택하고자하는 후보자의 말은 다 맞고 다른 후보는 다 틀리다. 

7. 나는 높은 직위에 있으니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되고 다른 직위자가 그러면 

    별 걸 다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8. 일을 처리할 때 고위직, 부자들은 먼저 처리해 주고 행색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은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 

9. 관청이나 병원에는 아는 사람이 있어야 빨리 처리된다고 생각한다. 

10. 윗사람에게 말대꾸하는 것보다 직원들끼리 술 마실 때 윗사람을 험담 하는 게 낫다. 

11. 회사물건은 공짜라 덜 아껴 써도 되고 우리 집 물건은 아끼는 짠돌이가 된다. 

12. 내가 사는 지역에는 집 값 떨어지는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 되고 

     다른 지역은 상관없다. 

13. 나는 명품가방이 꼭 있어야 되고 남들이 가지면 사치고 과소비라고 생각한다.  

14. 가정경제가 어려워도 남한테 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5. 회식 때 다른 사람도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같이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하는게 몇 가지 정도인가?


일상생활에서 공공연히 느끼고 생각하면서 살게 되는 것들이다.

꼰대들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인생이 도덕적 잣대에 다 맞춰 살 수도 없다.


다만, 나와 타인을 평가하거나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이 

상황마다 내 입장마다 다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목격자'를 보면, 살고있는 아파트 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지만

부녀회장과 주민들이 범인을 잡는데 주력하는 것보다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해 

공동으로 담합하여 숨기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의 이중적 판단을 생각할때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성심록'이란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이익을 말하지 않지만, 이익을 좇는 사람은 

좋은 일을 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본인만을 위한 이기심과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방향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사람의 마음 어느 한켠에는 이중적 성향과 판단이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의 인기가 아주 높았다.

일상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도 가장 먼저 찾는 게 공무원이기도 하다.

어떨 땐 내 자식은 공무원 되길 바라기도 한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공무원 임금 1.8% 오른다는 소식에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다.

'하는 일이 뭐 있느냐?', '철밥통이다', '문제가 많다' 등

내가 필요할 때 찾는 그들과 비난할때 그들은 다른 것인가?


그렇다.

가끔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중적인 잣대와 시각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것에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삶은 늘 완벽하지 않다. 일반 국민도 정치가도 마찬가지.


완전하지 않은 인간모습을 서로가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사회고 인생이다.

조금의 실수와 잘못도 용납할 수 없는 사회는 숨이 막힌다.

여기에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것이 여유와 기다림이다.

조급증은 우리에게 이산화탄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 

다들 바쁘고 또 많이 가져야 하는 시절이다. 

그만큼 서서히 지쳐간다. 

그 많던 여유는 다 누가 가져갔을까?

 

어린시절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앞마당을 쓸고 아침밥을 먹었다.

지나가던 이웃과 안부도 물었고 밥을 먹을때도 가족끼리 얘기하며 먹었다.

물론 예전과 같을 순 없다. 시대와 현실이 변했다.


하지만 아침. 거실을 청소하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조금은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천천히 일어나 가족 얼굴을 보며 인사하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그립다.


가끔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

인생도, 가정도, 사회도, 정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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