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미수집가 Jun 14. 2021

[제주도 한달살기] 우당탕탕 제주도 함덕19일 차(1)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구할 거야

며칠  SNS 하다가 <새탕라움>이라는 전시공간에 대해 알게 되어 예약을 다. 위치를 확인하고 보니 제주의  시내, 원도심에 있었다. 거리가  있어서(이제  익숙해질 때도   같지 않니?) 오늘 아침까지 갈까 말까를 고민했다.(어제 분명 고민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냐고?) 사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귀찮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핑계거리를 찾은 것이지만, 의미 없는 투정이었다. 숙소에서 나가야 하는데   것도,  도, 마땅치 않았기에 큰 선택의 여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가면  언제 가겠나 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결국  거면서  항상 고민하는 걸까?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2시에 예약했기 때문에, 일찍 가서 동네 근처를 탐방 하기로 했다. 나오자 마자, 나이스 타이밍으로 버스를 바로   있었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장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대중교통, 자가용, 걸어서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는 세상. 대중교통의 경우에는 버스정류장, 타야 하는 버스, 버스 도착시간, 노선까지  알려주니  길치와 방향치인 사람도 길을  찾아갈  있다.  편리함에 새삼 놀랍다. 나의 구원자, 나의 !




높고  건물이 즐비한 낯선 도시 풍경에 눈알이 당구대 위의 공처럼 사방으로 굴러다닌다. 일찍 나오기도 했지만 사람없는 버스의 질주는 1시간거리의 목적지를 40분만에 데려다 주었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탓에 거리를 배회하다가 마침 떨어져 가는 필름을 사기 위해 '필름 로그' 가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져 있기에 그냥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바람이 아주 그냥 장난이 없다. 제주도는 , 바람, 여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바람'인지 여실이 느껴지는 날씨 었다. 바람이 정말 오지게 분다. 니트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가 아직   같았다. 스타킹 하나로 버티고 있는  다리에 미안했다.

40분같은 20분을 걸어간 필름로그는... 문이 닫혀있었다. (?) 다시 부랴부랴 확인해보니 변경되기 이전의 오픈 시간을 보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이게  번째냐, 제발 확인  잘하자...) 오픈 시간은 1, 현재 시간 12시. 1시간기다릴 여력이 되지 않아 근처 카페를 찾아 다시 헤매었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어디라도 들어가야 했다. 근처를 빙빙 돌다가 낯익은 곳을 발견했다

'!!! 이게 여기 있었구나?'



아일랜드 프로젝트


언젠가 SNS 피드에서 스치듯 보았던 <아일랜드 프로젝트> '제주' 모티브로  패션 브랜드이다. '내가 제주를 왔다!' 하면 입어줘야 하는 'JEJU' 레트로  타이포와, 귀여운 테디베어 그림 티셔츠나 맨투맨, 모자, 핸드폰 케이스 같은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곳인데, 매장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제주에 오면   옷을 입고 다녀야지!'라고 다짐했던, 까맣게 잊고 있던  밑바닥의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에 홀리듯 들어가서 맨투맨이 있는 행거를 뒤적거리다가 손이 멈췄다. 이번 여행에 가져온 6벌의 상의 , 맨투맨만 3개였고 대부분 가지고 있던 색상이었기 때문에, 들었던 옷을 살포시 내려놓고, 핸드폰 케이스를 사는 것으로 스스로와 합의를 봤다. 계산과 함께 추천메뉴인 따뜻한  라테를 주문하고, 틈날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펼쳤다.(시간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읽기 만한 것이 없다.)


정지혜,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中


이 책의 작가는 BTS의 팬, 그러니까 '아미'이다. '덕질'을 통해 느낀 마음이 결핍을 채워주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홀려 읽어 내려간 책은, 위로와 사랑으로 가득했고, 온통 내 얘기였다.


나이를 먹으면서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거예요. 분명 즐겁고 행복한데도 가끔은 아주 불행한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가진 게 아주 많은 줄 알았는데 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더 이상 '행복'이나 '풍요'를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삶의 모순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쓰이는 이야기를 자주 찾게 되었지요. <정지혜-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p.38 >


나는 좋아하는 일을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같은 기분에 죄책감이 들었다. 현실이나 불안한 미래로부터 도망쳐 좋아하는  뒤에 숨어 느끼는 안락한 행복이  것이 아닌  같아 괴로웠다. 마음은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했고, 나는 나를 애틋해하면서도 매섭게 몰아세웠다. 그것은 제주에 와서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마음 편히   없도록 괴롭혔다. 도망친 곳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어정쩡하게  주고 약주 고를 하고 꼴인 나를 책이 다독여 줬다. 너만 그런  아니라고. 나의 모순을 이해받는 순간이었다.


그래,  도망가면 어때. 지금 현실이  막히고 괴로우면 숨을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숨구멍을 찾아가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이 구원받는 길이라면 거기에 의지해야지. 또다시 불안함이 찾아오더라도,  인생에서 언제 또다시 올지 모를  호사를 불안함에 뺏겨 전전긍긍하지 말고 지금에 집중하자. 나를 살게 하는 사랑하는 것에 기대어 살자. 좋아하는 마음은, 낭비가 아니다.


마스크 안으로 가득  콧물과 눈물을 닦고나니 두시가다 되어가고 있었다. 호다닥 정리를 하고 나와 다시 길을 걸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했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필름로그-> 아일랜드프로젝트-> 새탕라움-> 동림당 -> 공간 이아-> 존맛 식당 -> 오드랑베이커리


이전 02화 [제주도 한달살기] 우당탕탕 제주도 함덕18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